[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자기앞 수표의 효력을 무효로 하는 법원의 제권판결이 내려졌더라도 은행은 별도로 확인절차를 거친 후 돈을 지급해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권판결은 도난신고된 수표 등에 대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수표의 효력을 멈추고 분실자의 자격을 회복시키는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6부(최상열 부장판사)는 자기앞수표 지급을 거절당한 최초 수표 소지자 김모씨가 허위분실 신고를 한 전모씨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을 상대로 낸 제권판결 불복 소송에서 "수표금 8억원을 전액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표는 액면금이 8억원인 고액의 유가증권인데다 지급 수단으로서의 기능과 강력한 유통성을 보장받고 있는 자기앞 수표"라면서 "은행은 제권 판결 취득자에 대한 수표금 지급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 그 지급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담당 직원은 원고에게 향후 제권판결과 관련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이 밖에도 은행이 제권 판결문이 제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제권판결 선고 당일 수표금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이미 전씨에게 제권판결을 근거로 8억원을 지급한 농협은 김씨에게도 전씨와 함께 8억원을 지불하게 됐다.
전씨는 지난 2009년 5월 액면금 8억원짜리 수표를 김씨에게 채무변제로 주면서 이자 감면과 채권관계서류의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가 요청에 응하지 않고 수표만 가지고 자리를 뜨자 화가 난 전씨는 은행에 수표 사고신고를 접수했고, 이후 김씨는 2009년 6월 은행에 수표를 바꾸러 갔으나 사고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지급이 거절됐다.
수표 분실신고를 한 전씨는 법원에 "수표의 최후 소지인으로 수표를 분식해 현재까지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에 공시최고신청을 했고 그해 9월에 수표의 효력을 무효로 제권판결을 받았다.
이후 전씨는 자신의 직원을 시켜 농협에 제권판결을 근거로 수표금 지급을 요구해 8억원을 지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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