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삼성, ‘실적’만이 ‘희망’
2012-04-04 15:40:24 2012-04-04 15:54:18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5일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그룹 관계자들은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적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에선 목표가를 200만원으로 고쳐 잡는 등 장밋빛 전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삼성은 첩첩히 둘러싸인 악재들로 신음하고 있다. 실적을 제외하곤 뚜렷한 희망이 없는 내우외환의 위기가 삼성의 현주소다.
 
먼저 집안싸움으로 번진 유산 상속 분쟁이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소송을 낸 것을 시작으로 형제들은 소송 대 비소송,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감사팀이 조직적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 회장은 상속 분쟁의 당사자,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이다. 미행 과정에서 렌터카와 대포폰마저 등장하면서 삼성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그룹 관계자는 “CJ가 제기한 업무 방해 혐의 여부를 떠나 그룹의 이미지 훼손이 무엇보다 아픈 부분”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경찰은 이번 달 내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불거진 공정위 조사 방해 파문은 삼성을 법 위에 군림하는 기득권 집단으로 전락시켰다. 사상 최대 과징금인 4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되자 김순택 부회장이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상습적’이란 공정위 표현에 함의된 삼성의 안하무인한 태도는 여론의 질타 대상이 됐다.
 
정치쟁점으로 비화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도 악재가 터졌다. 해군기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바지선을 불법 운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산해양항만청으로부터 운항정지 명령을 받았다. 여기에다 과거 협력업체였던 엔텍 채권단이 신라호텔 객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하는 등 삼성을 괴롭히는 악재가 연이어졌다.
 
문제는 불거진 악재들이 반(反)재벌 정서를 확산, 정치권의 재벌개혁 움직임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이후 변화될 의석구조에 따라, 특히 야권이 과반을 확보할 경우 재벌기업들을 옭아맬 관련 규제의 법제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야권에 비해선 소극적이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며, 시대흐름을 뒤쫓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재벌개혁이 대선의 주요 화두로 등장할 경우 삼성을 비롯한 그룹사들의 위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는 9개국 30여건에 이르는 애플과의 소송전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야심작 갤럭시S3 개발을 완료하고 애플의 아이폰5 출시만을 기다리고 있다. 신제품 간 진검승부로 애플을 압박, 적당한 시점에 소송의 타협점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에서 애플에게 현격히 밀릴 경우 소송 또한 영향을 받아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한 실적 뒤에 감춰진 삼성의 고민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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