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통위) ③ ‘인치(人治)’아닌 ‘관치(官治)’ 필요
2012-01-12 17:53:35 2012-01-12 17:55:58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설치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년간 주요 정책들이 난맥상을 겪으면서 한계를 노출해 왔다. 특정 매체 지원을 위한 종편 정책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통신 분야에서도 주요 정책이 국민적 냉소를 사거나 아예 실현되지 못하는 등 '무능' 논란이 계속됐다. 게다가 최근엔 최시중 위원장의 측근 정용욱씨의 대형 비리의혹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고 휘청대고 있다. 기대속에 출발했지만 결국 침몰로 끝날 운명에 놓인 방통위의 위기 원인과 미래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인치(人治)’아닌 ‘관치(官治)’가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잇단 정책 실패와 비리 의혹은 위원장에 집중된 위원회 구조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조직에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수장을 맡으면서 방통위가 사실상 정치조직으로 변질됐다는 이유에서다.
 
최시중 위원장은 30여년 신문 기자 이력에서 드러나듯 방송ㆍ통신영역에 대한 전문성은 차치하더라도, 사실상 지난 17대 대선의 공신 자격으로 방통위 출범과 함께 연이어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조직의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제도의 문제냐, 사람의 문제냐..합의제 위원회를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
 
물론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장치가 없진 않다.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와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를 합쳐 지난 2008년 3월 출범한 방통위는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민주적 표결과정을 거치는 합의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실제 위원장 중심의 독임제나 다를 바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인 상임위원 가운데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남은 3명은 여당에서 1명, 야당에서 2명을 각기 추천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위원회 표결 결과 여야 입장이 3 대 2로 매번 고착돼 있고 정책방향은 항상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된다는 설명이다.
 
구 방송위 출신 인사는 “합의제 기구라도 방송위와 달리 방통위는 독임제 성격이 강한 듯하다”며 “과거에는 위원장도 N분의 1이었는데, 최시중 위원장은 이전 방송위 위원장과 스타일도 다르다”고 말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결국 시스템이냐 아니면 사람이냐 하는 문제인데 합의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정책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합리적인 구조”라며 “다만 지금 방통위는 그 정신을 살리는 최선의 노력 없이 야당 추천 인사들을 꾸어온 보릿자루처럼 취급하니까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터져 나온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의 비리 의혹과 관련, 정씨가 호가호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위원장에 집중된 조직 구성에서 문제를 찾기도 한다.
 
◇실패한 조직개편의 상징..'포스트' 컨트롤타워 논의 급부상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방송영역과 통신영역을 섣부르게 융합한 방통위식 모델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적 특성을 지닌 통신과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방송을 하나로 묶다 보니 결과적으로 매체 특성을 무시한 일원적 규제 정책만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송업계에서는 특히 방송위가 정통부에 흡수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불만이 높다.
 
통신업계에서는 합의제 의결 구조가 산업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추세에 발맞춘 IT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 통신 분야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흥책을 펴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강 교수는 “방통위가 관료적 방송 규제기구로 움직였다”며 “방송 산업은 시민사회와 유기적으로 조응하는 탄력성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무시되고 관 주도의 정책만 나오면서 방송 공공성을 강력히 훼손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는 지상파방송과 보도전문채널 등 이른바 공익적 성격의 방송사를 담당하는 공공방송위원회를 만들어 방통위에서 분리ㆍ운영해야 한다고 주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지난 4년 동안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실험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여론이 많고, 방통위라는 조직을 개편하는 작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방통위 체제를 유지하되 위원회 구성과 의결방법을 개선하는 방식과, 방통위를 해체하고 방송과 통신을 각각의 행정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안도 제안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부적으로 새로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보미디어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통합당에서 나온 바 있다.
 
언론시민단체는 지난해 말 정보ㆍ통신ㆍ방송 융합의 새 모델이 될 ‘정보미디어부’를 독임제 부처로 신설하고 방송 관련 정책은 ‘방송위원회’에서 분리ㆍ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방송위원회’의 경우 방송 규제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진흥 업무를 이관 받아 방송 전반에 걸쳐 진흥ㆍ규제 업무를 맡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차기정부에서 이를 관철할 수 있도록 공론화 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에서 알 수 있듯이 지경부와 방통위 업무가 겹치는 부분이 생기는 등 갈수록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어차피 통합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할 것 같긴 하다”면서 “다만 과거 정통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반대다. ‘정치적 미션’을 받고 온 위원장이 조직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이번에 확인한 만큼 반성을 통해 제3의 선택을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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