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용욱 전 방송통신위원회 정책보좌역을 둘러싼 비리가 잇달아 따라 터져나오면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연루 의혹도 폭발 직전이다. 일각에선 최 위원장이 끝이 아니라 그 뒤 정권차원의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정씨, 이해관계 있는 모든 기업에서 '수금'"
정씨 의혹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EBS 이사 선임을 위한 청탁 댓가로 억대의 돈을 받았다는 것에서 불거졌지만, 검찰은 정씨가 방통위 재직시 통신업체와 케이블TV 등 방송업체로부터 대부분 뒷돈을 받아 챙겼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씨가 특정 통신사로부터 회사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법인카드를 받아 2000만원 가량을 쓰고, 수억원대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씨는 케이블방송업체 임원급 인사에게서도 법인카드를 받아쓰고 술자리 향응과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통신사들이나 대형 MSO들 이외에도 중소규모 사업자들과 수시로 식사 자리를 가졌으며, 식사후 수백만원씩 돈봉투를 챙겼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상 방통위 역할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정씨가 EBS사옥 신축 관련 의혹이나, 이동통신사, 대형 SO 관련 의혹 등 방통위의 규제를 받는 거의 대부분 기업에서 크고 작은 '뒷돈'을 챙겼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 정씨 비리, 권력형 게이트로 가나
정씨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건이 개인비리를 넘어 권력형비리로 비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기된 의혹으로 보면 돈을 받는 방법이 너무 노골적인데다 '뒷탈'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단히 큰 돈이 오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해 정씨의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청와대 민정팀이 정씨를 직접 불러 주거지 문제 등 비리의혹을 조사했으나, 오히려 정씨가 조사 당사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맞섰다"며 "정씨의 '파워'와 함께, 이 건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실세집단이 배후에 있는 일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 정용욱은 누구?
정씨는 지난 10월 개인 사업을 이유로 방통위에 사표를 내고 현재 태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씨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일대에서 유통사업을 준비해왔고,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정씨가 방통위를 그만둘 당시 복수의 사정기관이 비리 혐의를 포착해 몇 차례 내사를 진행했고 이 때문에 정씨가 도피성 출국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방통위 대변인실은 이에 대해 “정씨가 오래 전부터 개인사업을 하고 싶어 했다”며 “갑작스럽게 사표를 쓰고 출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씨는 ‘최시중의 양아들’로 불릴 만큼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각별한 사이다.
실제 최 위원장은 지난 2008년 '방통위와 소속기관 직제령'까지 바꾸면서 정씨에게 보직을 줬다.
당시 방통위는 직제에 없던 방송연구 담당(4급 상당) 직책을 만들고 이 자리에 공개채용 형식을 빌어 정씨를 앉혔다.
방통위는 직책 신설과 관련해 당시 행안부와 의견충돌을 빚기도 했다.
정씨와 최 위원장의 인연은 지난 2007년 대선 이전으로 올라간다.
정씨는 최 위원장이 이명박 대선 후보를 측면지원하기 위해 꾸린 별도의 선거대책팀에서 국내정세와 여론동향을 파악하는 업무를 맡아 했다.
정씨는 이명박 캠프에서는 언론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선 이후 최 위원장의 측근중의 측근인 정 보좌역이 방통위에 자리를 잡자 업계에서는 정씨가 위원장에게 가장 근접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인식이 퍼졌으며 온갖 민원과 로비의 집중대상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업체들이 정씨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을 시도한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며 “정씨를 중용한 최시중 위원장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씨의 비리 의혹은 ‘업무 무능’으로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방통위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