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변신』중에서)

일상이 권태롭고 힘들 때가 있다. 행복한 삶을 꿈꿔 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계절과 일상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온 몸으로 느낀다면, 삶은 지루한 반복이 아닌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박웅현 TBWA코리아 ECD(임원급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책을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렸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라고 칭한다. 책이라는 도끼가 깬 얼음 사이로 싹이 올라와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느껴져 '촉수가 예민해졌다'고 말한다.
풍부한 인문학적 감성을 바탕으로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등의 광고 문구를 만들어낸 저자의 독법은 바로 '한 문장씩 짚어가기'이다. 책은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는 다독 강박증에서 벗어나 문장을 음미하고, 책에 밑줄도 그어보고, 책 내용의 인과관계를 종이에 적어 정리해 보는 등 충분히 감상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을 설명하며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어요.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어느 날엔 손안의 가는 모래처럼 다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죽어 있을 거예요. 잡을 방법은 없어요. 그러니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슬퍼하지 말고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겁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아요. 빠져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기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답이라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중에서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라는 글을 소개한다.
이처럼 인문학적 내공이 가득 쌓인 저자의 쉬운 설명에 강렬한 감동을 주는 문장을 보고 있으면 어려운 고전이라고 생각해 들쳐보지 않았던 책들을 읽고 싶다는 욕망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함께 이뤄진다.
이밖에 이 책에서는 김훈, 고은, 최인훈, 이철수, 손철주, 오주석, 법정 스님부터 쿤데라, 톨스토이, 보통, 카뮈, 카잔차키스, 투르니에까지 창의력과 감성을 일깨울 책들을 소개하고 명문장, 노래가사, 명화들 또한 나누며 인문학으로의 초대를 멈추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과 연장선상에서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라며 "한 권의 책으로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지만 여러분 안에 씨앗이 들어가고 울림을 줬던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밝힌 저자의 말이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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