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전국유선방송사업자(이하 케이블SO)가 14일 ‘지상파방송 중단’이란 배수진을 치면서 절박함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지상파방송사업자와 다툼 와중에 시청자를 볼모로 끌어들였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피해갈 수 없을 듯 보인다.
케이블SO가 공언한 대로 방송이 끊기면 당장 유선방송 가입자는 시청권을 누리지 못한다.
이미 전례도 있다.
지난 4월 SBS가 위성방송사업자(KT스카이라이프)와 요금에 대한 이견으로 다툼 끝에 HD프로그램 공급을 중단, 수도권 위성방송 가입자가 50여일 가까이 불편을 겪었다.
양 사업자는 당시 밤샘협상을 벌이며 연일 치열하게 자사 입장을 관철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위성방송 가입자 10여 명은 그 와중에 스카이라이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두 방송사업자의 날선 공방이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 SO가 운집한 비상총회에서 최정우 씨앤앰 전무는 “향후 방송 중단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지상파에 있다”고 밝혔다.
보편적 방송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어디까지나 지상파에 있고, 유선방송사업자는 지상파(KBS1과 EBS 제외)를 전국에 송출해야 할 의무가 없는 만큼 한 치의 책임도 없다는 설명이다.
같은 날 지상파 쪽에서도 성명을 내 “만약 케이블SO가 국민을 볼모로 실력행사에 들어간다면 이는 전적으로 SO의 책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 중단으로 인한 가시적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가는데 양쪽은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이다.
물론 케이블SO와 지상파방송 모두 각각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지상파가 요구하는 ‘콘텐츠 저작권’은 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한 내용이고, 기실 지상파 영역인 ‘난시청 해소’를 15년 넘게 대행해온 케이블SO로서는 느닷없이 재전송 요금을 지불하기에 억울함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협상을 종용할 수단으로 ‘지상파 재전송 중단’을 꺼내봤자 케이블SO에 돌아갈 이득 보다 실기하는 부분이 더 클 수도 있다.
케이블SO는 그것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카드이기 때문에 방송 중단을 감행하고 나면 더 이상 내놓을 패가 없고, 외려 여타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만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2010년 방송매체 이용실태를 조사한 내역에 따르면 유료방송 가입 이유는 지상파방송을 잘 보기 위해서(57.10%)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많았고, 지상파채널이 제외될 경우 유료방송서비스를 전환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64.8%가 ‘있다’(‘없다’는 8.4%)고 답했다.
케이블SO가 지상파 재전송 중단으로 배수진을 칠 경우 시청자는 유료방송 플랫폼을 갈아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지상파방송사도 이번 재전송 분쟁에서 여러가지 내놓아야할 것이 많다.
지상파방송사는 그동안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로서 그 둘을 아우르는 막강한 지위를 방송계에서 누려왔는데, 이번에 콘텐츠 저작권을 내세우다 의무보편적서비스 개념을 명확히 하자는 여론에 부닥쳐 있다.
KBS의 경우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돈벌이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고, MBC의 경우 공영과 민영 사이 애매한 위치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닥뜨릴 수 있다.
방통위는 앞서 오는 23일까지 양 사업자가 협상을 매듭짓지 않으면 행정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행하지 않으면 케이블SO가 지상파방송의 채널을 변경할 때 지상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없애는 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지상파방송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가운데 하나로 위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학계와 시청자단체에서도 지상파채널을 의무재전송 채널로 묶어서 보편적방송서비스를 구현하는 매체로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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