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최틀러'..자충수냐 십자가냐
재정부 최 차관 경질에 `섭섭`..`벤치마크 사라졌다`
동정론 확산.."이제 겨우 4개월인데.."
2008-07-07 17:44: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절상을 막는 시장개입은 무한대로 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
 
아직도 외환시장에 회자되는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그에게 '최틀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나 '최틀러'는 불과 4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 후배들 사이 벤치마킹 대상
 
업무적인 면에서 최 차관은 평가가 갈린다. 최 차관은 사무관급과 서기관급에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두뇌가 비상하고 추진력이 뛰어난데다 후배를 잘 챙기고 의리도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 만큼 최 차관에 대한 부하직원의 신뢰는 두텁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고유가로 인해 물가가 치솟고 성장은 둔화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자 '보스'인 강만수 장관 대신 십자가를 지고 물러나게 됐다.
 
겉 모습은 '보스' 대신으로 비치지만 일부에서는 장관을 잘 보좌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온다.
 
최 차관의 경질에 대해 재정부 직원들은 동정론을 쏟아내고 있다. "왜 하필 최중경이냐"는 동정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 보스 대신 십자가
 
재정부의 한 간부는 "어려울 때였는데 공직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소신있는 분이었다"며 "이제 소신있게 일할 사람은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재정부의 다른 직원은 "어떻게 차관 한 사람의 책임일 수 있느냐"며 "마치 내가 잘못했는데 차관이 책임지고 떠나는 것 같다. 이상한 인사라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최 차관의 이임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묻어났다.
 
최 차관은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이 정권은 4개월 됐다.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주시고 엄정한 평가를 해야 된다"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그가 '최틀러'로 알려진 것은 지난 2003년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일할 때다.
 
당시 최 차관은 원달러 환율의 급락을 막기 위해 "절상을 막는 시장개입은 무한대로 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의지를 관철시켰다.
 
◇ 비운의 `최틀러`
 
당시 시장 참가자들은 "최중경에게 맞서지 말라"며 최틀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로 인해 당시 외환시장은 안정됐지만 역외선물환(NDF)과 와환스왑 등 파생거래를 하면서 당국은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고 이로 인해 2005년 문책됐다. 
 
지난 '91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에서 맺은 강 장관과의 인연으로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제1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장관이 강한 발언을 쏟아내면 차관은 반대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똑같이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경제팀을 효율적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 차관의 퇴임으로 외환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인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신임 김동수 차관은 주로 물가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유가에 달린 것이지 당국의 정책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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