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하면서 다시 원점 논의로 돌아온 분위기입니다. 수출시장 확대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기대가 있지만, 농림수산업 피해와 통상 제도 변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업전문가는 ‘가입 시 추가로 얻는 이익’의 문제가 아닌 가입하지 않을 경우 역내 시장에서 입자가 약화될 수 있는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CPTPP 회원국의 역내 경쟁력이 높아지는 동안 비회원국인 한국의 역내 경쟁력은 약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입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산업별 부담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피해 우려가 큰 분야의 보완책 마련이 CPTPP 논의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이 2026년9월10일 전남광주 서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 앞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CPTPP 발효 전후 제조업 15개 업종의 역내 대칭현시비교우위지수(RSCA)의 분석 대상 5185개 품목 중 47.7%(2474개)가 역내 경쟁력에서 밀렸습니다.
반면 CPTPP 11개 회원국에서는 해당 하락 품목들의 역내 경쟁력이 상승했습니다. 이는 비회원국인 한국이 역내 특혜 관세와 무역장벽 완화 혜택에서 소외된 사이, 회원국 간 결속이 강화됐다는 걸 방증합니다.
특히 조선업종은 한국의 역내 RSCA 하락폭(-0.262)과 CPTPP 회원국의 상승폭(+0.125) 격차가 조사 대상 전 업종 중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CPTPP 회원국 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멕시코와의 역내 입지 약화가 뚜렷했습니다.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부담하는 만큼, 전기자동차(0.821→0.498)와 승용차(0.26→-0.03) 경쟁력이 하락한 겁니다. 멕시코의 MFN 관세 인상 조치 등 외부 통상 환경 변화가 맞물릴 경우 이러한 관세 불이익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반면 농림축수산업계는 CPTPP 가입이 가져올 파장이 단순한 시장 개방 수준을 넘어 국내 생산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CPTPP 가입 시 국내 농축산물 생산액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최대 4400억원 감소를 제기했습니다.
호주·멕시코·캐나다산 축산물과 칠레·페루산 과수 수입 급증은 물론, 보리·쌀 등 곡물 시장 전반에 악영향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수산업계 역시 20~40대 청년 어민층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31.1%)이 찬성(26.9%)보다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4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역내 대칭현시비교우위지수(RSCA) 하락 품목에서 CPTPP 회원국의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출처=김지현 산업연구원 연구원 등 연구팀)
수산업 피해 산정 기준도 쟁점입니다. 국감에서 정부가 제시한 수산업 생산 감소 추정치에 직접 피해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간접 영향까지 반영됐는지를 두고 문제 제기한 바 있습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간접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경제모형에 기반한 잠정 추정치가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영향은 가입 협상 결과와 품목별 개방 수준, 국내외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조업의 생산 증가와 농림수산업의 생산 감소를 비교할 때는 직접 효과뿐 아니라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같은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지현 산업연 연구원 등 연구팀은 “분석 결과 CPTPP 회원국의 역내 경쟁력이 높아지는 동안, 비회원국인 한국의 역내 경쟁력은 약화했다”며 “가입하지 않을 경우 역내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는 ‘생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어업계는 가입을 전제로 보완책을 논의하기보다 가입 여부부터 열어놓고 편익과 비용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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