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리부트, AX 대전환)⑥박범열 한국R&D 대표 "중기 AX는 생존 위한 결단…앵커기업 육성 필요"
4년간 220억 투자…자동화율 60% 달성·불량률 60~70% 줄어
라인 하나 10억~50억인데 지원은 3억…"완성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지원"
"중기는 데이터 확보 먼저"…현실에 맞는 AX 계획 수립 주문
2026-10-06 13:30:20 ㅣ 2026-10-06 15:03:03
[안산=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박범열 한국R&D 대표가 중소 제조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전환(AX)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비용 부담, 불확실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특히 다수 기업에게 소액을 지원하는 정책보다는 집중적인 지원으로 앵커기업을 먼저 키워내는 것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범열 한국R&D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안산 시화MTV 국가 산업단지 내 위치한 안산 공장에서 1톤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시화MTV 국가산업단지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난 박 대표는 중소 제조기업의 AX 전환 필요성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박 대표는 "중소 제조업체에게 AX는 생존을 위한 결단이고 AX에 우리 생명줄이 달렸다"며 "AX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박 대표에 생존 기로에 놓인 중소 제조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정부 지원의 부족함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제조업 라인을 자동화하려면 라인 하나에 10억~50억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표는 "정부 지원금을 보면 3억원 수준으로, 그마저도 기업과 50대50 매칭"이라며 "로봇 하나 사서 레일에 깔려면 적어도 10억원 이상은 들어가는데 지원금으로는 완성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넓게 지원하면서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동화 라인 완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완성되지 않은 것은 기업에게는 불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7월 반월·시화 산업단지의 제조 AI 전환(M.AX) 방향을 논의하면서 소수 앵커기업 중심으로 선도 모델을 구축·확산하는 방식 대신 수평 확산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220억 투자·로봇 23대 도입…생산성·품질↑
 
2000년 설립된 한국R&D는 개발용 부품과 산업용 엔진, 방산용 엔진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용 선내기 엔진, 선외기, 발전기 엔진과 육상용 발전기 엔진 등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국R&D는 2018년까지 성장 단계를 거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디젤 게이트, 전동화 정책 등으로 2019년부터 부침을 겪어야 했습니다. 여기에다 인력난까지 더해져 위기감을 느낀 박 대표는 2022년부터 로봇 자동화 라인 및 제조실행시스템(MES) 구축에 나섰습니다. 현재까지 안산 공장에 16대, 화성 공장에 7대의 로봇을 도입했습니다. 총 투자비용은 220억원에 달합니다.
 
이를 통해 박 대표는 불량률을 줄여 생산성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불량률은 60~70% 줄었다. 이제는 계획적인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야간으로 사람 12명이 하던 일을 로봇이 맡고 사람은 1명만 배치하고 있다"면서 "공장 자동화율은 60%이고 사람이 작업에 직접 관여하는 시간은 전체 공정의 5% 미만이고 품질에 관여하는 시간이 60% 이상 느는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단계는 AI 기반 공정 최적화입니다. 한국R&D는 오는 2028년까지 자율이동로봇(AMR), 유인·무인 레일 운반차(RGV), AI 비전 품질검사, 중자(주물 내부의 빈 공간을 만드는 모래 틀) 3D 프린팅을 갖출 예정입니다. 박 대표는 2029~2030년이면 일정 부분 다크팩토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R&D의 매출액은 최근 5년간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R&D의 매출은 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3% 증가했습니다. 영업익은 7억원, 당기순이익은 3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3.6%, 96.9%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의 13%에 달합니다.
 
박 대표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시작했던 초기 1~2년 동안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면서 "3년쯤 되면서 주변 기업들이 격차를 느끼고 이제는 한국R&D를 어떻게 따라올지 고민하더라"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은 한국R&D의 스마트공장 모델은 하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앞으로 높은 단계를 완성해 나가면 기업에 가져다줄 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레벨로 분류하면 우리는 최하위단계"…제조기업 현실 반영한 로드맵 주문
 
박 대표는 AX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AX의 정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AX 레벨과 맞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박 대표는 "정부 기준으로 분류하면 우리는 최하위 단계"라며 "정부는 현장에서 디지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회사가 엑셀, MES, 오피스로 일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오래된 기계에서는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아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기계를 전면 교체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박 대표는 "AX 위 단계를 얘기하기 전에 기계에서 나오는 디지털 데이터, 네트워크 구성,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보조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R&D는 자체적으로 스마트공장 모델을 마련해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R&D는 △머신 텐딩(로봇이 설비에 소재를 넣고 빼는 작업)·로봇 조립 △생산 데이터 디지털화 △AI 기반 공정 최적화 △AI 기반 생산 관리 △자율 제조 등 5단계로 나눠 하위 단계부터 실현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AI·디지털 트윈(현실 설비를 가상에 복제한 모델)·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현장의 의사결정을 고도화하는 스마트공장 모델을 꿈꾸고 있습니다.
 
중소 제조기업의 AX 추진을 막는 걸림돌로 박 대표는 막대한 투자 비용, 벤치마킹 대상의 부재, 그리고 미래 불확실성을 꼽았습니다. 박 대표는 "자동화 라인의 경우 배나 집처럼 제품에 맞게 지어야 하는데 50억원을 투자하고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로봇만 구매해서 될 일이 아니라 PLC(설비 제어 장치), 유지보수 모두 직접 감당해야 하고 1년 동안 로봇도 가르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데스밸리(Death Valley, 투자금이 바닥나 성과를 내기 전에 무너지는 구간)를 맞이하기 쉽다"고 진단했습니다.
 
벤치마킹할 기업 필요…흩어진 지원은 하나로
 
박 대표는 앵커기업이 절실하다고 인터뷰 내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 대표는 "반월·시화 산단은 중심을 잡아가는 핵심 산단인데 이 산단에서도 내세울 만한 스마트공장이나 AX 업체가 드물다"며 "중소 제조기업과 AX의 거리감은 상당하기 때문에 보고 배울 수 있는 앵커기업을 절실하게 원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산업단지공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로 흩어진 지원을 하나로 모아 앵커기업을 만드는 데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산단공은 탄소중립자금을, 생기원은 공정 기술과 요소 기술을 활용하면 된다고 제안했습니다.
 
박 대표는 "앵커기업 1곳이 만들어지면 2곳, 3곳으로 확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면서 "기업이 AX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기에 산업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AX의 취지"라고 했습니다.
 
안산=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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