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1980년대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프락치 공작의 비극을 다룬 김창현 작가의 장편소설 '프락치' 북콘서트가 지난 30일 울산에서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울산 종하이노베이션에서 30일 열린 '프락치' 북콘서트에서 김창현 작가가 1980년대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프락치 공작의 비극을 다룬 소설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행사는 김 작가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김 작가는 초대 울산 동구청장을 지내는 등 오랜 시간 지역 노동·시민사회 및 진보 정치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인물입니다. 이날 북콘서트는 그와 40년 전 뼈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연대해 온 울산 지역 동료들과 독자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을 더했습니다.
종하이노베이션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상욱 울산시장, 윤종오 국회의원, 조용식 울산교육감, 김종훈 진보당 대표, 김태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울산지역회의 부의장 등 지역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출간을 축하했습니다.
김 작가는 10년이 넘는 구상 끝에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는 다른 국가폭력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강제징집의 참상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문예창작과에서 2년간 수학하며 소설이라는 형식을 택했습니다.
그는 "어제의 모든 행동은 오늘의 역사가 되고, 오늘 하는 행동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며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소설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의 생생한 증언으로 채워졌습니다. 실제 강제징집 피해자인 최학도씨가 무대에 올라 소설 속 고문 장면을 낭독한 뒤 "저 역시 10일간 가혹행위를 받았다. 저는 살아남았다"며 울먹여 행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김 작가는 당시 국가에 의해 '신병 비관 자살'로 조작된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두고 "국가가 저지른 엄청난 타살이기에 차마 소설로 묘사할 수 없어 한 줄로만 적었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국가폭력의 상흔은 당사자를 넘어 가족의 삶에도 깊게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무대에 오른 아내 이영순씨의 고백이 이어지며 장내는 더욱 조용해졌습니다. 이씨는 구청장 직을 상실했던 남편의 뒤를 이어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하고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입니다.
이씨는 "남편과 40년을 살았지만 가끔 자다가 비명을 지르며 깰 때가 있다"며, "책을 보고 나서야 그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내가 참 몰랐구나 싶었다"고 고백해 옥고와 탄압을 함께 견뎌온 가족의 고통을 짐작게 했습니다.
김 작가 역시 세 번의 투옥 생활을 언급하며 "군대에 강제 징집됐을 때부터 끝까지 기다려주고, 변함없이 뒷바라지하며 석방 투쟁을 함께 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각별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번 울산 북콘서트는 한 개인의 아픈 기억이 오랜 시간 지역에서 동고동락한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자리였습니다.
김 작가는 억울하게 낙인찍힌 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싸워나갈 것을 다짐하며, "고발을 넘어 사랑과 혁명의 미래를 꿈꾼다. 우리는 영원한 혁명가"라는 말과 함께 다음 세대로 이어질 운동의 계승성을 강조하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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