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파병 블랙홀'…여당 반대는 '협상 지렛대'
진보서 반대 확산…여, 지도부 자제 속 '속앓이'
파병 반대 여론 협상력 될까…대미 협상 주목
2026-09-07 18:19:33 2026-09-07 18:43:18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두고 진보 진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파병 반대 의견이 나오자, 지도부가 공개 대응 자제를 주문하면서 여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범진보 진영의 분열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당 내부와 시민사회에서 파병 반대 여론이 커질 경우 정부가 되레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 등 시민단체가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정부의 한국군 호르무즈 파병 규탄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보 반발에…여당도 우려, 지도부는 '함구령'
 
7일 정치권에서는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반대 목소리가 속출했습니다. 공통적으로 헌법 제5조1항에 '국제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위헌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늠하기 어렵다면 헌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언론을 통해 한국의 파병을 요구한 점을 들어 "한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 내용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동맹국 사이라도 도를 한참 넘어선 망언이자 무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보당에서도 파병이 위헌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윤종오 원내대표와 전종덕·정혜경·손솔 의원은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병은 우리 장병과 중동 지역 교민·기업·선박은 물론 대한민국 영토까지 보복과 테러의 위험에 빠뜨린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시작한 이란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군을 보내는 것은 국제 평화 유지가 될 수 없다"며 "국익과 안보를 위협에 빠뜨린다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과거 노무현정부가 이라크 파병 강행을 한 결과 우리 사회에 갈등과 상처가 남았다. 잘못된 역사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이기헌 의원이 공개적으로 첫 파병 반대 의사를 내놨습니다.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석에서는 파병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걱정하시는 분(국회의원)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비롯해 각 의원에게 별도 대응을 자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실제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개인적 생각은 있지만, 정부가 검토 중인 사안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노무현 교훈…"시민사회와 여권 목소리 내야"
 
전문가들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파병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진보 진영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질 경우 정부가 대미 협상 과정에서 국내 정치적 부담을 근거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과거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정부는 국내 반대 여론과 미국의 파병 요구 사이에서 고심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고록 『운명이다』에서 당시 파병 결정에 대해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서 파병한 것"이라며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오류의 기록을 역사에 남겨야 하는 대통령의 자리, 참으로 어렵고 무거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한·미 관계를 언급한 것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그는 "미국의 압도적 패권은 줄었고, 한국의 자주 역량은 늘었다"며 "한·미 관계 변화의 본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관대한 맏형이 아닌, 빡빡한 거래 상대'"라고 규정했습니다. 결국 한국의 독자적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노무현정부 당시를 생각해 본다면 시민사회에서 먼저 강하게 반대를 하고 그 여론을 수렴해 여권에서도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파병까지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간다면, 조기 레임덕은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정부가 정치적 선택을 함에 있어 여론을 수렴하고, 분명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파병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라크 파병 당시에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경제적 이유로 파병을 하게 됐다"며 "반면 지금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핵우산 확보를 위해 전략적 핵무기 배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부가 쉽게 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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