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내년 농업·농촌과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자가 늘어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내년도 예산을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로 확대하면서 소득·경영 안전망 강화와 지역소멸 대응, 인공지능(AI)·첨단기술 전환, 미래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합니다.
1일 발표한 농림축산식품부 2027년 예산안을 보면, 22조2215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853억원이 증액됐습니다. 이는 10.4% 증가한 수준입니다. 특히 증가액과 증가율은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농지관리·농산물가격안정·자유무역협정(FTA)·축산발전 등 4개 기금의 누적 채무 3조1000억원도 상환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 채무 상환액을 포함한 2027년 농식품부 재정 규모를 25조3081억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올해보다 25.7% 증가한 규모입니다.
2027년 해양수산부 예산안은 8조2636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올해보다 10.8%(8053억원) 증가한 수준이며 지난 2013년 해수부 재출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수산·어촌 부문은 3조8795억원, 해운·항만 2조2005억원, 해양환경 4977억원, 연구개발(R&D) 9183억원으로 각각 증액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불금 3조원 시대…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농식품부는 공익직불 예산을 3조615억원으로 늘리고 비진흥지역 밭의 기본형 직불 지급단가를 논 수준으로 높입니다. 전략작물직불과 친환경·동물복지축산직불도 확대합니다.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비한 가격안정제는 91억원 규모로 신규 도입합니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며, 대상 품목과 기준가격은 향후 심의회를 통해 정할 예정입니다.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위한 농업재해보험도 확대합니다. 보험 가입이 어려운 작물을 위한 농작물 준보험 77억원이 신설됩니다. 농업인 안전재해보험은 산재보험 수준으로 보장을 높이고 가뭄 대응 양수장 시설 개선에는 2509억원?을 투입합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은 1조1658억원으로 늘립니다. 대상 지역도 17개 군에서 35개 군으로 늘어납니다. 국비 지원 비율은 40%에서 50%로 상향하며 대상 주민에게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합니다.
농촌 교통·돌봄 등 생활서비스와 빈집재생, 체류형 복합단지, 패시브하우스 등 정주여건 개선에도 투자를 확대합니다. 이와 함께 농지·농안·FTA 3개 기금을 통합한 가칭 ‘농업발전기금’을 출범시키고 농특세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청년농 진입 지원을 강화한 ‘청년농업학교’가 들어섭니다. 1150명이 교육·현장실습을 제공받게 됩니다. 후계농육성자금과 농지 공급을 확대하고 공동영농법인은 누적 36개소까지 늘립니다.
AI 농업에는 피지컬 AI 실증 208억원을 신규 투입하고 AI 농기계 공유센터 15개소와 농업로봇 210대를 보급합니다. 스마트축산단지도 3개 단지에 441억원 규모로 조성합니다. K-푸드 수출을 위해 해외 한식당의 국산 식자재 사용 지원자금 1360억원과 한식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수라학교’도 도입합니다.
남재헌 해양수산부 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7년 해양수산부 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양수도권·북극항로 '승부수'…TAC 전환·감척 과제
해수부는 해양수도권 육성과 수산업 체질 혁신, 해양환경·신산업에 투자를 집중합니다.
해양수도권 육성에 6228억원을 투입하고 지방 이전 선사의 친환경선박 건조에 121억원을 신규 지원합니다. 북극항로 시범운항·데이터 축적 등에 169억원을 투입하고 항만 SOC와 핵심기술에도 5026억원을 배정합니다. 자율운항시스템 보급과 완전자율운항 기술 개발도 확대합니다.
수산업은 ‘잡는 양’ 중심 관리체계로 전환합니다. 어획량 검증과 양륙항 점검 등에 1055억원을 신규 편성하고 총허용어획량(TAC) 확대를 추진합니다.
연근해어선 감척 예산은 3488억원으로 늘리고 근해어선 현대화에도 452억원을 신규 투입합니다. 김 산업에는 K-GIM 선도지구 조성을 위해 135억원을 투입하고 마른 김 450톤 비축에 242억원을 편성합니다. 수산식품 스마트 가공 예산도 1020억원으로 확대합니다.
연안여객선 공영제 시행에는 96억원을 신규 편성하는 등 11개 항로의 섬 주민 교통권을 강화합니다. 중국어선 등 불법조업 단속 장비 예산은 158억원으로 확대하고 해양쓰레기 수거와 로봇 수거사업도 강화합니다. 서해 중국 구조물 대응 과학조사에는 75억원을 편성하고 해양바이오·블루카본 등 미래 신산업 투자도 확대합니다.
해양바이오 거점 구축과 해조류 기반 탄소흡수벨트, 탄소거래 시범사업 등이 추진됩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 농식품부 정부 예산안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산 확대’ 넘어 현장 체감 ‘관건’
2027년 농식품부와 해수부 예산의 공통점은 농어업인의 당면한 위험을 국가가 분담하는 동시에 산업구조를 미래형으로 전환한다는 데 있습니다.
농업은 직불금·가격안정제·재해보험을 통해 소득과 경영 안전망을 강화하고 농촌은 기본소득과 교통·의료·돌봄을 통해 생활 기반을 보완합니다. 수산업은 TAC·감척·현대화를 통해 생산체계를 재편하고 스마트양식·가공·유통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입니다.
다만 대규모 예산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남은 과제입니다.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가격 폭락의 충격을 얼마나 완화할지,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소멸을 얼마나 늦출지, AI·첨단기술 투자가 농어업인의 생산성과 소득으로 연결될지가 핵심입니다.
결국 2027년 농정·해양수산 정책의 성패는 예산 규모 자체보다 ‘국가 책임 확대’가 농업인·어업인과 농어촌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