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국정 동력을 분산시키고 정부의 발목을 잡는 내홍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더불어민주당의 당권이 이른바 ‘친명’을 자처한 김민석 대표로 교체됐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지난한 대치도 마침내 관련 입법 타결로 일단락되었다. 완전하진 않지만, 예전처럼 정치검찰의 시대로 회귀하긴 어려워졌다. 더 이상 핑계는 없다.
과거 민주당 정부들은 개혁이 좌절될 때마다 구조적 한계를 핑계로 대곤 했다. 수구 언론의 편향된 여론 왜곡이나 국회 내 여소야대의 한계가 늘 전면에 내걸린 변명거리였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목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유튜브와 뉴미디어가 지형을 바꾸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독점적 여론 주도력은 현저히 약화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계엄 이후 정통성을 잃은 채 여전히 내란 잔당으로 남아 지리멸렬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는 민주당과 민주개혁 세력이다. 정치적 걸림돌이나 외부를 향한 변명은 찾기 힘들어졌다. 집권 2년 차를 지나는 이재명정부의 시험대는 바로 지금부터다. 대중이 이 정부에 원했던 것은 끝없는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내 삶을 실제로 바꾸는 실질적 개혁이었다.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에도 고물가와 주거 불안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를 기록하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심화시켰고, 특히 전월세 가격은 서울 기준 평균 4.3% 상승하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난 또한 심각해 지난 3분기 청년 실업률은 9.8%에 달해 ‘일자리 정부’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 수치들은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 상황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구호인 '억강부약'을 당장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서민과 중산층에게 최소한의 주거 안정과 생계 유지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은 주어야 한다. 주거 불안과 양극화가 가중될 때, 민주주의는 설자리를 잃는다. ‘메가프로젝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살림살이를 실제 나아지게 만드는 ‘민주주의 프로젝트’다.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을 체감시키지 못하면, 유권자들은 반동적인 선택으로 심판한다. 이명박·윤석열 정권의 탄생이 가능했던 이유다.
정치적 자산과 권력의 유효기간은 짧다. 선거판의 구도나 정적의 자멸에서 얻는 반사이익이 아닌, 민생 현장의 고통을 해결하는 실용적 능력만이 유일한 정당성의 원천이다. 다가오는 총선과 그다음 대선의 승패 역시 정치 공학적 계산이 아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당장의 손해를 보면서도, 남은 개혁에 대한 바람으로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못한 지지자들을 헤아려야 할 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의 살림을 돌보는 진짜 정치의 실력을 증명해야 할 때다.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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