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난 5일부터 이어지는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를 두고 경찰이 해산이나 강제 조치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자 법과 원칙보다는 정무적 부담만 저울질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찰학계와 법조계에서도 현장에선 명백한 업무방해와 출입 저지 등 위법행위가 계속되는 만큼, 경찰이 공권력 집행을 미루는 건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올림픽공원 봉쇄 시위는 23일자로 19일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시위는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됐습니다.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경기장이 개표소로 쓰인 탓에 재선거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이곳을 에워싼 채 장기 농성에 돌입한 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 장기화와 각종 사건·사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물리력 투입에 신중한 모습입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일(22일) 오전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도 "현재 올림픽공원 상황은 집시법상 주최자가 없는 미신고 집회 성격을 띠고 있다"며 "해산 여부는 국민 안전과 사고 위험,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에 의한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반복적 출입 무산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실제적·적극적 개입엔 나서지 않는 셈입니다. 이에 경찰학계와 법조계에선 "올림픽공원 시위에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적극적인 법 집행을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우선 경찰학계에선 경찰의 신중론은 법 집행보다 정무적 판단에 치우친 모습이라고 비판합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은 소위 정무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신중론이라고 하는 자체가 경찰 본연의 기능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불법 사항이 목도되면 즉시 법과 원칙에 의해 공권력 또는 법을 집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이른바 신중론이 지속되면 경찰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하루이틀은 소위 우연한 군중들이 모여서 참정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는 집시법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이후 정치적 의사 표현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시점부터는 집시법 대상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주최자가 없어 적극 개입이 어렵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사후 대응하려는 기조도 지적을 받았습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눈앞에서 현행범을 보고 있으면서 고소·고발을 기다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여론이 해산 쪽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지만, 경찰이 법을 집행하는 데 여론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법을 집행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경찰과 경찰서장이 판단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주최자가 없다고 해서 집회·시위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올림픽공원 시위는 주최자가 없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의 직업 수행권과 질서 유지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해 비례원칙상 질서 회복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경찰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경찰의 신중론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신의철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주최자가 없는 미신고 집회라고 하더라도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발생하면 경찰 개입 근거는 충분하다"면서 "기본권 행사에도 한계를 둬야 한다. 타인의 직업의 자유나 업무 수행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기본권 행사가 이뤄진다면 '집회의 자유'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19일째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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