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중(大衆)'과 '시중(時中)'을 잊은 정치는 반복되는 비극을 부른다
정치의 본질은 관념 아닌 민생…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유령'에서 벗어나야
2026-06-22 09:19:23 2026-06-22 09:35:27
 
 
정치가 지향해야 할 근본 원리는 명확하다. '대중에 기초하고, 실정(實情)에 맞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 사는 세상의 보편적 이치이자, 정치가 존재해야 할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는 어떤가. 대중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념적 투쟁과 현실을 외면한 교조적 논리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통렬히 자문해봐야 할 때다.
 
흔히 "진보는 좌편향과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우편향과 부패로 망한다"고 한다. 이 뼈아픈 경구는 한국 정치사의 반복되는 흥망성쇠를 관통하는 서늘한 진리다. 특히 민주 진영에 있어 2004년은 승리의 환희와 몰락의 전조가 교차했던 해다. 당시 '탄돌이'라 불린 국회의원들이 주도한 과반 의석의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5대 개혁 입법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명분은 화려했으나 대중의 수용성과 구체적인 실정을 간과한 '이념적 과속'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절호의 개혁 기회는 허망하게 소진됐고 민심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그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으며, 결국 정권 교체와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의 마디를 남겼다. 대중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실정에 발붙이지 못한 정치가 초래한 국가적, 개인적 비극이었다. '집권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가르쳐준 적나라한 서사(敍事)였다.
 
오늘날 민주당의 모습에서 22년 전 열린우리당의 악몽이 투영되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인가. 압도적인 의석수를 등에 업고 이념적 선명성만을 과시하는 현재의 기류는 과거의 실패를 학습하지 못한 채 똑같은 함정으로 투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돌파해야 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엄중한 숙명을 안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제 민주당의 노선은 근본적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첫째, 낡은 '좌우보혁(左右保革)'의 이분법을 과감히 폐기하라. 갈등을 먹고사는 정치는 결코 민생을 해결할 수 없다.
 
둘째, '개혁적 실용주의'로 무장하라.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개혁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셋째, '합리적 중도주의'의 광장으로 나오라. 나의 정당함만큼 상대의 우려를 포용할 때 비로소 보편적 지지를 얻는 정책이 탄생한다.
 
민심은 파도와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뒤집기도 한다. 22년 전 열린우리당이 누렸던 압도적 지지가 불과 좌편향 1년 반 만에 비극의 서막으로 변질되었고, 그 이후 책임 공방과 분열의 씨앗으로 치달았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념의 깃발이 아니다. 다시 국민의 곁으로 내려와 대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정에 맞게 '시중(時中)'을 잘하는 겸허함이다.
 
오는 8월17일, 집권당 당대표 선거가 치러진다. 권리당원들은 투쟁이 능사였던 야당 시절의 감정적 지지에 머물러선 안 된다. 누가 과연 대중의 정서와 객관적 실정에 발을 딛고, 좌우의 함정을 피해 합리적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인지 돌아보고 살펴서 1인 1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정재호 뉴스토마토 고문·K-정책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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