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공사를 진행 중인 국토교통부가 '늦었지만 설명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과 달리 서울 여의도 리첸시아 아파트 앞 도로에서 공사 준비를 시작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국토부는 여름철 장마로 공사가 지연될 것을 대비해 미리 조치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국토부가 또 일방적 패싱을 저질렀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예고,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리첸시아 아파트 앞 도로에서 GTX-B 공사 전 가설 교량 설치 준비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리첸시아 아파트 맞은편 1개 차로를 차단하고 가로수를 벌목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바로 앞 도로 밑에서 GTX-B 노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공사 여파에 따른 교통 혼잡을 방지하고자 가설 교량을 설치하기 위한 준비 작업입니다.
해당 작업은 인근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앞까지 이어지며, 다음달 중 끝날 예정입니다. 이후엔 리첸시아 아파트와 여의도성모병원 사이에 약 100m 구간 왕복 4차선 도로에서 GTX-B 지하로 이어지는 환기구 설치 공사가 예정됐습니다.
그런데 리첸시아 아파트 주민들이 국토부를 성토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주민 대상 설명회를 하겠다고 해놓고선 일언반구도 없이 공사 준비를 하는 걸 보고선 뒤통수를 맞았다는 겁니다.
설명회 진행한다더니…"강행 공사 말이 되나"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21년 3월 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 하부를 통과할 예정이었던 GTX-B 노선을 리첸시아 아파트 앞 도로 밑으로 지나는 걸로 변경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2021년 3월과 2023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여의도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진행하고, GTX-B 노선을 공개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국토부가 설명회 개최 사실을 리첸시아 아파트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국토부는 설명회 공지를 아파트 관할 구청인 영등포구청 홈페이지와 언론사 4곳(서울신문·한겨레·기호일보·인천일보) 신문 지면에만 올렸습니다. 영등포구청엔 설명회 개최 현수막도 설치됐지만, 아파트로부터는 약 5㎞ 떨어진 곳입니다. 그러니까 아파트 주민들로선 영등포구청 홈페이지를 매번 방문하거나 종이신문을 직접 사서 보지 않은 이상 환경영향평가 설명회 소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겁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이달 말 공사에 관한 설명회를 다시 열고, 주민들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번 공사 역시 주민들과 협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아파트 주민 A씨는 "아무런 공지도 없이 갑자기 작업 차량들이 펜스를 설치하고 도로를 통제하고 있더라. 주민들의 의견을 일절 반영하지 않은 채 공사를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했습니다. 주민 B씨는 "평소에도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하려고 아파트 앞을 지나는 차량이 많은데, 이 앞을 막아버리면 일대에 엄청난 교통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가설 교량 설치 작업을 하려고 했으나 리첸시아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도 "국토부 등이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공사가 진행돼서 당황스럽다"면서 "확인해 본 결과 국토부는 우선 공사를 하는 걸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리첸시아 아파트 주민들이 GTX-B 공사를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독자 제공)
리첸시아 주민들, 법적 대응 예고…"납득 못해"
비록 리첸시아 아파트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진 않았지만, 국토부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여의도동 주민들을 상대로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추가 설명회를 하지 않고 예정된 공사를 하는 건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습니다.
이준태 '법률사무소 결심' 변호사는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회 개최를) 공지하거나 동의 및 협의를 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 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법률상 요구되는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진행한 만큼 현재 하고 있는 공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리첸시아 아파트 주민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서배상 리첸시아 GTX-B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변호사를 통해 공사 취소 소송 및 공사 정지에 대한 가처분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확인 중이다. 대응 방안이 구체화되면 법적 대응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국토부는 안전상 우려되는 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책, 공사로 인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 뒤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는 공사는 납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해 우선 가설 교량 설치 작업에 나섰다고 해명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공사가 지연된 상황에서 곧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는 만큼 폭우가 오기 전에 가설 교량이라도 우선 하려고 한다"며 "본격적인 GTX-B 노선 공사는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후 진행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인천에서 진행 중인 GTX-B 노선 공사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충분한 협의를 거쳐 현재 문제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여의도를 통과하는 GTX-B 노선 공사도 협의를 거치고 안전과 환경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 주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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