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막판에 정원오 민주당 후보를 꺾고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등극했습니다. 오 당선인의 승리 요인은 '부동산 민심'과 '인물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현직 프리미엄'을 뛰어넘을 정 후보 측의 전략 부재도 한몫했다는 평가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5시30분 서울에서는 오 당선인이 256만590표를 얻어 득표율 49.15%를 기록했습니다. 정 후보는 250만7130표를 획득해 득표율 48.13%를 보였습니다.
이는 개표율 99.54% 기준입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위대의 봉쇄로 투표함 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개표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표 차이는 5만3460표로, 득표율 격차는 1.02%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정 후보는 이날 새벽까지 오 후보를 앞섰으나, 개표 13시간 만인 이른 아침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곳이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 오 후보가 대역전 드라마를 쓰게 됐습니다.
①부동산 민심
이번 역전승에서 가장 주효했던 점은 부동산 민심입니다. 재개발·재건축사업, 세제 등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한강벨트'에서의 승기가 오 후보의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특히 중도층 비율이 높은 한강벨트 지역은 외연 확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통합니다.
서울 자치구별 득표율을 보면, 오 당선인은 10곳, 정 후보는 15곳에서 상대를 앞질렀습니다. 다만 오 당선인이 한강벨트 핵심지인 용산·영등포·동작·광진구를 잡으면서 정 후보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정 후보는 한강벨트 중 3번의 구청장을 역임했던 성동구를 비롯해 중구, 마포구에서만 우세를 보였습니다.
이에 오 후보는 초반부터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이슈를 집중 공략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문제와 관련한 정 후보의 입장을 집요하게 묻는가 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비구역 해제를 서울 내 주택공급 부족 원인으로 지목하며 오 후보에게 '박원순 시즌2'라는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정 후보가 소득 없는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 한시 감면'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와의 전쟁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던 발언이 부동산 민심 자극제로 작용했고, 문재인정부 시절 겪은 집값 폭등세의 기억이 각인된 탓입니다.
②정원오 전략 부재
정 후보 캠프의 전략 부재도 패배 요인으로 꼽힙니다. 오 당선인 측에서는 정 후보를 향해 '토론 회피론'을 제기하며 맹공을 펼쳤는데요. 실제 오 당선인과 정 후보가 대면해 치른 TV토론은 사전투표 전날 밤 11시, 단 한 차례에 불과합니다.
각종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동구청장 시절 정 후보의 멕시코 캉쿤 출장, 과거 폭행 전과, 농지 소유 문제 등을 제기하며 여론전을 펼쳤습니다. 여러 의혹에 대한 정 후보의 해명이 제대로 먹히지 못했다는 게 정치권 시각입니다.
오 당선인 캠프는 선거 전날 정 후보를 향해 '5대 의혹'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캠프 인사들은 "서울시장 후보라면 책임 있는 답변과 해명을 내놔야 한다"며 "시민 질문을 회피한 채 뭉개기와 거짓 해명,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③인물 경쟁
오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을 뛰어넘을 전략 부재는 결국 인물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성동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정 후보가 '새 인물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인지도 측면에서 오 후보를 따라잡기엔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서울 시민의 민심이 국민의힘에 있기보다 '정원오·오세훈' 양자 대결에서 정 후보가 패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게 정치권 해석입니다.
오 당선인이 '윤(석열)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선을 그은 채 선거운동을 진행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닌 인물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겁니다.
다만 인물보다 정당 경쟁 구도가 강한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습니다. 25석의 서울 구청장 중 민주당이 17석을 확보하며 국민의힘(8석)의 2배를 능가했습니다.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8석을 차지했던 2022년 지선과는 정반대 결과입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에서 찾았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열세 지역에 대해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정치적, 인구·구조적 지형이 아니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서울의 경우 우리 후보 지지율보다 보수층을 합산한 지지율이 훨씬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폭탄급 이슈가 주어지면 정치 지형이나 구조가 바뀔 수 있지만 그런 것이 없으면 모든 선거는 그 구조에 수렴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 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6주년 서울기념식에서 당시 정원오(왼쪽)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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