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민간 부실채권 처리 회사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기업은행 지분과 관련해 "더 이상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조속한 정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부실채권 처리 회사를 두고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입니다.
장 행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록수 보유 지분 처리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미 암묵적으로 양도에 동의한 상태"라면서 "기업은행이 굳이 계속 보유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급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SPC)입니다. 금융사들이 장기 연체채권을 넘기면 상록수가 추심과 회수 업무를 맡는 구조입니다.
현재 상록수 지분은 신한카드가 3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024110) 우리카드는 각각 10%씩 지분을 들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는 각각 5.3%와 4.7%를 보유 중입니다. 나머지 지분은 대부업체 3곳이 각각 10%씩 나눠 갖고 있습니다.
장기 연체채권 소각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사들이 동시에 연체채권 추심 회사의 주주로 참여해 배당금을 받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새도약기금'을 통해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기 연체자의 경제 활동 복귀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새도약기금 협약사로 참여 중인 주요 금융사들이 동시에 상록수 주주로 참여해 최근 5년 동안 42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커졌습니다. 특히 상록수는 새도약기금 협약이 자율 참여 방식이라는 이유로 보유 중인 장기 연체채권을 넘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록수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오늘 국무회의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금융권을 향해 직격 발언을 내놨습니다. 이 대통령은 "카드 사태 때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은 것이 금융기관 아니냐"며 "그런데 그 원인이 됐던 국민의 연체채권을 지금도 악착같이 추심하면서 백억원대 배당을 받고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행장은 상록수 보유 지분 처리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체계와 저신용자 금리 부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신용등급에 따라 동일한 기간 성실 상환을 해도 저신용 차주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구조에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장 행장은 "신용등급 A등급과 B등급 차주가 있는데 3년 동안 동일하게 이자를 제때 상환했다고 하면 저신용 금융소비자가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라며 "같은 대출을 사용했는데도 저신용자 입장에서는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액별로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성실하게 상환했을 때 금리 혜택을 더 주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체채권 감면 범위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현재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최대 60%까지 탕감해주고 있는데 소액 대출의 경우 범위를 더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장 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은행의 중장기적 경영 방향으로 △변화를 선도하는 금융 △가능성을 실현하는 은행 △성과를 창출하는 경영전략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장 행장은 "기업은행은 독보적인 중소기업 대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첨단 혁신사업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해 국가 전략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위한 책임 있는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를 겨냥해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조속한 정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장 행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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