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호르무즈 개폐 혼란에…정유업계 ‘한숨만’
통항량 급감…호르무즈 긴장 ‘여전’
원유 조달 총력…“적정 수준 도입”
유가 급락 시 재고 손실 요인 작용
2026-04-23 14:56:09 2026-04-23 15:13:59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협상 결렬로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조달 차질을 막기 위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하지만, 반대로 극적 합의로 휴전이 성사돼 유가가 급락하면 고가에 들여온 물량이 재고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벌크선과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약 두 달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17일(현지시각)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유지되면서 하루 만인 18일 다시 해협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1일 이란과의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이란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과 군사적 대비 태세도 재확인하면서 긴장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평시 하루 약 130척이 오가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량은 최근 20척 안팎, 일부 날짜에는 그보다 더 적은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원유 조달 차질을 막기 위해 웃돈을 얹어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극적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돼 유가가 급락할 경우, 고가에 확보한 재고가 되레 손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상선 통과 허용 방침이 나온 지난 17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90.3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1% 하락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83.85달러로 11.5% 급락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추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만큼 대규모 물량 확보보다는 필요한 수준에서만 도입하고 있다”며 “유가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장부상’ 실적 개선도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중동 전쟁 이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의 재고 가치가 상승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복합 정제마진도 급등해 올해 1분기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회계상 이익에 가까워 업계로서는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고가의 스팟(단기 거래) 물량을 무리하게 확보했다가 이후 유가가 급락할 경우 최대 조 단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분기부터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치솟은 우회 운송비와 전쟁 위험 보험료, 비중동산 원유 도입에 따른 프리미엄 비용 등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 개선은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영향이 큰 만큼, 향후 유가 흐름에 따라 언제든 상쇄될 수 있다”며 “당장 1분기 실적이 좋다고 지금 대규모 물량을 확보했다가, 2~3분기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언제든 조 단위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일부 재개되더라도 시장이 곧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원가 부담이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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