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부가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급 차질에 적극 대응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한숨을 돌렸습니다. 정부가 원유와 나프타를 다른 국가에서 일부 도입하며 급한 불은 일단 끈 모습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서산비축기지. (사진=한국석유공사)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단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중동 전쟁발 에너지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자흐스탄·카타르 등 4개국을 방문해 올해 말까지 원유 2억7300만배럴과 나프타 210만톤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물량은 원유 기준 약 3개월, 나프타 기준 약 1개월 치 수준입니다. 국내 하루 원유 사용량은 290만배럴, 나프타 월평균 사용량은 약 400만톤으로 추산됩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원유 2억7300만배럴은 지난해 기준 별도의 비상조치 없이 경제가 정상 운영되는 상황에서 3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라며 “나프타 210만톤은 지난해 기준 약 한 달 치 수입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정부 차원의 원유·나프타 확보가 수급 불안 완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또 확보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직접 대응에 나섰다는 점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물량 자체는 한 달분이 채 되지 않아 절대적인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이처럼 발 벗고 나서주는 것 자체가 업계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석유화학업계도 모처럼 활기가 도는 모습입니다. 중동 사태로 촉발된 나프타 수급난 여파로 공장 가동률을 크게 낮췄던 여천NCC는 최근 가동률을 55%에서 60%로 소폭 끌어올렸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가동률을 조금씩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유화학 핵심 제품의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업계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도 이에 호응해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유업계도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오만·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산 원유는 중질유 비중이 높아 국내 정유사 설비에 최적화된 원료로 평가됩니다. 카자흐스탄산 원유는 경질유 비중이 높아 휘발유와 나프타 수율은 높은 반면, 국내 수요가 많은 경유와 등유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다만 중질유와 혼합해 활용할 경우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원유 성상 등을 가릴 때가 아닌 상황으로 정부가 이처럼 대응에 나선 데 대해 의미 있게 보고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도 스팟 물량(단기 거래 물량) 확보와 대체 원유 도입처 발굴을 지속해 국내 석유제품의 원활한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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