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없는 K반도체…중국·대만은 다르다
기업가치 100~1000억달러 반도체 기업
중국 9개, 대만 6개…한국은 ‘1개’에 그쳐
정부 지원 및 상생구조가 ‘허리’ 기업 키워
2026-04-13 14:01:39 2026-04-13 14:10:59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투톱’을 제외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와 비교했을 때 반도체 생태계의 메모리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겁니다.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설계(팹리스), 위탁생산(파운드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비롯한 K반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진단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삼성전자가 전시한 5세대·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HBM4) 실물. (사진=이명신 기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달러로 환산했을 때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약 150조원) 이상인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미국(11곳) 다음으로 많은 수치입니다. 다만 기업가치 1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 사이의 국내 기업은 한미반도체 1개(약 179억달러)에 그쳤습니다. 미국 14개, 중국 9개, 대만 6개, 네덜란드 3개와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특히 중국은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ATP) 분야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8%로 한국 9%를 앞질렀습니다. 웨이퍼 제조 분야는 중국 27%, 한국 16%로 나타났으며 소재 분야 역시 중국이 20%로 한국 15%를 추월했습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반도체 산업 정책을 펼치며 자국 반도체 기업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1700억달러(약 252조원)을 투입하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반도체 국부펀드 3기의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예정입니다. 국부펀드 3기 설정액은 약 3440억위안(약 75조원)으로, 1기 1390억위안, 2기 2040억위안의 합산액보다 큰 규모입니다. 중국은 앞서 1·2기 펀드를 통해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YMTC(낸드플래시), SMIC(파운드리) 등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을 육성한 바 있습니다. 3기 펀드가 첨단 반도체 장비 등에 집중된 만큼, 중국의 반도체 자립률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혁신 박물관에 TSMC 로고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만의 경우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시가총액이 1조7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쏠림이 심합니다. 하지만 허리에 해당하는 100억~1000억달러 수준의 반도체 기업들의 수는 한국보다 더 많습니다. 이는 TSMC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가 대만 반도체 기업들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대만 반도체 산업 시가총액 2위인 미디어텍은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들어가는 칩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가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대만 반도체 시가총액 3위인 ASE는 반도체 패키징·테스트(OSAT) 업체로, TSMC의 반도체 일부 물량의 패키징을 맡는 등 협업 구조가 조성돼 있습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 분야도 생태계가 조성돼 있습니다. 글로벌유니칩은 TSMC와 함께 성장한 디자인하우스 업체로, 자체 제품이 없는 일종의 서비스 기업이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 시장을 지원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도 중국과 대만처럼 국가적 반도체 전략과 협업 구조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반도체 시장에서는 팹리스와 파운드리에 중간 규모 기업이 더 많습니다. 메모리 중심 전략은 한계가 분명한 만큼 생태계를 확보해 슈퍼사이클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AI 반도체 등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 “팹리스, 소부장 등 반도체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국내 수요를 키워 상생 구조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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