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수사 놓칠 수 없다…공수처, 중수청 출범 전 '익명제보 접수'로 돌파구
공수처, 9일 '고위공직자범죄 내부고발 익명신고센터' 개소
접수부터 결과 통지까지 전 과정 '익명'…이름 등 수집 없어
공직수사 공수처·중수청 경쟁…우위 점하려는 '제도적 포석'
2026-04-09 17:19:34 2026-04-09 17:19:34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해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합니다. 공직자 범죄 수사에서 자칫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입지 강화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오동운(오른쪽 네번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공수처 로비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 내부고발 익명신고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과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는 9일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내부고발 익명신고센터'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신고자가 신원 노출 우려 없이, 신고 접수부터 결과 통지까지 전 과정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겁니다.
 
센터는 '완전한 익명 보장'을 위해 신고자의 이름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직원도 신고자 신원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신고 내용과 기록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공직사회 내부의 부패를 보다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접수된 신고는 사실관계와 신빙성을 검토해 내사사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내부고발 활성화와 함께 사건 처리의 질적 수준도 함께 높여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고자 신원은 철저히 보호하고 고위공직자범죄 신고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센터 개소가 단순히 신고 채널 확대가 아닌 사건 처리의 '질적 향상'에 방점이 찍혔고, 제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날 개소식에는 오 공수처장과 함께 1992년 군부재자투표 부정 사실을 양심 선언한 이지문 내부 제보실천운동 상임고문, 2009년 군납비리를 내부고발한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 익명신고센터 구축 관련 연구를 수행한 최창명 한국윤리 인권연구원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공수처 로비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 내부고발 익명신고센터 개소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센터 개소는 중수청 출범과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출범 예정입니다. 부패와 경제,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방위산업 등 6대 중대범죄를 관할합니다. 정부 입법예고안 기준으로는 공직자범죄가 중수청 수사대상에 포함됐지만, 이후 재입법예고에서 공직자범죄가 빠지면서 6대 범죄로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6대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이어도 중수청도 수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공직자 범죄 수사를 둘러싼 두 기관 간 관할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도적으로는 공수처가 중수청보다 우선적 수사권을 갖습니다. 중수청법상 고위공직자 범죄를 놓고 두 기관이 경합을 벌이면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때 수사 역량에서 공수처가 중수청에 밀릴 경우 제도적 우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의 창구로서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들을 잇달아 접수하고 있습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회유하고 위증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고는 박상용 검사에 대해 수사 착수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박 검사는 법왜곡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공수처는 최근 박 검사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했습니다. 
 
결국 이번 익명신고센터는 수사 단서를 적극 확보해 사건 인지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포석으로도 읽히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중수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앞두고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도맡는 수사기관임을 보이려는 것"이라며 "수사의 질은 제보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공수처는 이를 통해 (자신들의 역할을)제도적·실질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