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이효진 기자] 이른바 '제2의 윤석열'을 방지하는 개헌안이 여야 187명의 이름을 담아 국회에 공식 제출됐습니다.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이 발의된 건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9년 만으로, '개헌열차'가 6·3 지방선거를 종착지로 출발한 겁니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적은 요소만 반영한 '단계적 개헌'임에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만큼, 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힘 내 '10명' 이탈 관건
5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6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개헌안 공고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전망입니다. 앞서 여야 6개 정당(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등 총 187명은 지난 3일 개헌안을 발의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개헌안에 앞장선 우원식 국회의장의 목표는 6·3 지방선거에 개헌안 투표를 함께하는 겁니다. 헌법 제130조에 따라 대통령은 제안된 개헌안을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이후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 국회 본회의 의결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개헌안 표결은 오는 5월4~10일이 유력합니다.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필요한 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입니다. 이날 기준 국회의원은 295명으로 총 197명 이상이 개헌안에 동의해야 합니다. 특히 개혁신당까지 동참함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의 이탈표가 있어야 개헌안 통과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다만 지방선거로 의석수가 변동됨에 따라 개헌에 필요한 이탈표 수도 조정될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 시한은 5월4일입니다. 지방선거 공천 현황을 종합했을 때, 민주당에서 최대 10명까지 의원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데요. 이 경우 개헌 통과를 위한 매직넘버는 '10표+알파(α)'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이번 개헌 추진에 반대하는 건 지방선거와 동시에 추진되는 개헌 시기 때문입니다. 개헌 논의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정부의 '단계적' 개헌 언급이 이재명 대통령 연임을 위한 초석이라는 의혹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반대가 당론임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민투표법 운용기준' 안내문 발송을 지적하며 "중앙선관위는 개헌안이 야당의 저지를 뚫고 국회를 통과해 국민투표를 치르게 될 것이라 예상해서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인가"라며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달 31일 우 의장과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은 헌법의 단 한 글자를 고치는 것이라도 국민의 75%, 80% 이상 대다수가 동의해야 한다"며 "이렇게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두고 개헌 이슈를 던지는 건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오해될 여지가 크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단계적인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입니다.
제정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3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왼쪽부터 천하람 개혁신당·서왕진 조국혁신당·한병도 민주당·윤종오 진보당·한창민 사회민주당·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국힘 소장파가 쥔 '개헌 키'
개헌의 키는 국민의힘 소장파 등 비주류가 쥐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간 당 지도부에 윤석열씨와 정치적 절연을 강하게 요구해 지난달 9일 당의 공식적인 절윤(윤석열 절연) 결의문 발표를 이끈 바 있습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와 친한(친한동훈)계 등에 소속된 30여명이 소장파로 꼽힙니다.
이에 우 의장은 '개헌이 곧 절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개헌안에는 내란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대통령의 계엄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요. 우 의장은 지난 3일 개헌안 제출 전 여야 6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비상계엄을 앞으로 막기 위한 민주주의 방벽을 세우는 최소한의 개헌"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개헌 참여에 공개적으로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은 조경태·김용태 의원뿐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헌안은) 국민의힘이 반대할 내용이 없다"면서 "당 지도부가 지금 구차한 이유로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107명 의원의 '절윤 결의문'을 무효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조 의원은 4년 중임제 등 대통령 권력구조 문제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헌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되는데요.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지방선거에 맞춘 졸속 개헌은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투표율입니다. 개헌은 국민 과반의 투표와 과반 찬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에 불과합니다. 국민의힘을 설득한다 해도, 국민투표에서 무너질 수 있는 겁니다. 이에 우 의장은 국민의힘에 '투표율 상승' 등 대국민 설득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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