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지 기자]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점주들의 수익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점포 수는 급증하는데 매출은 줄어드는 ‘역행 구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6년째 운영 중인 A씨는 “작년까지는 괜찮았지만 올해 들어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주변에 비슷한 매장이 늘면서 손님이 분산됐다”고 말했습니다. 왕십리에서 4년째 점포를 운영 중인 B씨도 “인근에 신규 점포가 들어선 이후 매출이 15%가량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그래픽=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삼성카드에 따르면 무인점포 수는 2020년 이후 3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증가율이 8%에 그친 것과 대비됩니다. 그러나 업종별 매출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전체 아이스크림 할인점 매출은 10% 감소했고 밀키트 전문점은 3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점포 수 증가가 곧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드러난 것입니다.
쉽게 열고 쉽게 망한다…무인점포 과잉의 함정
이 같은 현상은 낮은 진입장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입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운영중인 가맹점주에 따르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초기 투자비가 약 2000만원 수준으로 일반 프랜차이즈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별도 인건비가 들지 않아 고정비 부담이 낮은 것도 특징입니다. 고용 불안과 부업 수요가 맞물리면서 퇴직자와 소자본 창업자가 대거 유입된 배경입니다. 실제로 창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자본 무인 창업’이 주요 키워드로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쟁 구조입니다. 무인 할인점은 취급 제품이 대부분 동일한 브랜드 아이스크림으로 구성돼 있어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결국 경쟁 수단은 가격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의 평균 마진율은 약 30% 수준으로, 할인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상권 보호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일반 프랜차이즈의 경우 동일 브랜드 간 일정 거리 출점 제한이 존재하지만, 무인 할인점은 브랜드 개념이 아닌 ‘상품 판매점’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출점 규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동일 상권 내에서도 단기간에 유사 점포가 연속적으로 들어서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반경 수백 미터 내에 3~4개의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밀집한 사례도 확인됩니다.
월세와 전기료 등 고정비를 제외하면 실제 남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점주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매출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점주들은 "주변에 생기는 유사 업종들의 증가율과 아이스크림의 계절별 특성으로 마진을 내지 못해 폐점을 하는 가게들을 다수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점주는 출혈 경쟁, 제조사는 판매 확대 '반사이익'
반면 제조사는 이 구조의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아이스크림 전체 매출에서 무인 할인점 채널 비중은 34.3%로 편의점(27.1%)을 앞섰습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구매 데이터에서도 무인 채널 내 특정 제조사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롯데웰푸드가 45.5%, 빙그레 28.6%, 해태아이스크림 17.4%를 차지했습니다. 편의점 대비 특정 브랜드 쏠림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서울 시내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고객이 제품을 계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조사 입장에서 무인 채널은 수익성이 높은 유통 구조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편의점 납품 마진율은 43~47% 수준으로 대형마트(약 20%)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반면 무인 할인점은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제조사 실수취가 더 높은 구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가는 유사하지만 무인점은 운영비가 낮아 판매가를 더 낮출 수 있고, 그만큼 판매량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조사 입장에서는 출고량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입니다.
편의점 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들어온 이후 관련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본사는 점주에게 무인 할인점 병행 운영을 제안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통 채널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기존 소매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무인 할인점 시장은 점주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조사 판매량이 늘어나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낮을수록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가격 경쟁은 격화된다"며 "그 결과 이익은 제조사로 집중되고, 점주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된다"고 전했습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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