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수사의 두축인 신천지와 통일교를 놓고 속도를 조절하는 하는 모습입니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관여된 통일교 의혹은 별다른 진척이 없는 반면, 신천지 의혹은 최근까지 총회 본부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통일교 의혹에 비해 부담이 덜한 신천지 의혹 수사에 더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본부에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합수본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과천시 신천지 총회 본부, 요한지파 과천교회를 비롯해 전국 12지파 산하 교회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전 의원을 소환조사한 뒤 별다른 수사 소식이 들리지 않는 통일교 의혹과는 달리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합수본은 3일 전 의원의 보좌관 A씨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으나, 뇌물수수 혐의가 아닌 PC 하드디스크를 폐기한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로 소환됐습니다.
합수본의 수사는 크게 통일교와 신천지 두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통일교 의혹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김건희특검 조사 과정에서 '지난 2018~2019년 전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게 각각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불거졌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 회장이 2019년 여야 국회의원 11명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신천지 의혹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른바 '필라테스 작전'으로 신도 10만명을 책임당원으로 가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입니다.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해 7월 '신천지 신도 10만명이 윤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입당했다'는 취지로 폭로하면서 의혹이 확산됐습니다.
합수본은 지난 1월30일 신천지를 처음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 3일 국민의힘 당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당원 명부 등을 확보했습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신천지의 정치권 로비 연결고리로 지목된 한국근우회를 압수수색하고, 이틀 뒤인 26일에는 신천지 총회 본부, 전국 12지파 교회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벌였습니다. 신천지 2인자로 불리는 고동안 전 총회 총무 등 신천지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졌습니다.
반면 전 의원과 관련된 통일교 의혹은 지난해 12월 김건희특검 종료 시점에 뒤늦게 드러나면서 수사 시작부터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김건희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지난해 12월 말 전 의원을 소환조사하고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올해 1월 합수본으로 사건을 넘겼습니다. 합수본은 지난 1월 6일 출범 이후 지난 2월에는 두 전직 의원을 소환하고, 지난달 19일에야 전 의원을 소환조사했습니다. 이후 통일교 의혹에 대한 수사는 밖으로 알려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 사이 전 의원은 지난 2일 6·4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선거를 치르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통상 선거를 앞두고 진행하는 정치인 관련 수사는 속도 조절을 해왔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이에 합수본도 전 의원의 출마로 선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통일교 의혹은 숨 고르기를 하는 반면, 비교적 부담이 덜한 신천지 의혹 수사에 대해선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의원에 대한 처분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합수본은 통일교가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명품시계를 까르띠에 시계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까르띠에 시계는 당시 780만원으로, 윤 전 본부장이 2018년쯤 전달했다는 2000만원과 합쳐도 총가액이 3000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뇌물수수액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죄가 아닌 형법상 뇌물죄(단순수뢰죄)가 적용됩니다.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단순수뢰죄의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합수본이 특정한 뇌물수수액 규모라면 이미 지난해에 공소시효가 도과해 버린 게 됩니다.
이에 전 의원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불기소 처분을 하더라도 합수본이 선거 기간 중에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내놓고 불기소로 덮어 버리면, 합수본으로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신천지 의혹은 윤씨의 대선 경선 과정과 깊게 연관돼 있고, 관련자 중 지방선거에 출마한 인물은 없어서 합수본 입장에선 비교적 수사에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합수본 관계자는 선거 전 수사속도 조절 가능성에 대해 "아직 (수사)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아직 향후 상황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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