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고속도로 '국민투자' 시급…기후부, 보신주의 논란 속 '수용성'만 강조
한전 재원 한계 '뚜렷'…113조원 송전망 투자 공백
대통령 지시에도 멈춘 설계…국민펀드 논의 표류
기후부 '수용성'만 반복…수익공유 해법은 외면
2026-03-25 15:59:08 2026-03-25 16:10:34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둘러싼 '국민 투자 방식'이 대통령 지시와 국회 질의를 통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구체적인 재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수용성 문제'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 설계가 핵심인 사안임에도 기후부가 이를 외면하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4일 국회 기후노동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박정 민주당 의원은 송전망 확충 재원 구조와 '국민참여형' 투자 방안을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했습니다. 박 의원은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에 필요한 송배전망 비용이 약 113조원에 달하는 반면, 한국전력의 재무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전 총부채는 200조원 이상이며, 추가 회사채 발행 여력도 약 10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재원 한계를 고려할 때 기존 한전채 중심 조달 방식만으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에 박 의원은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국민참여형 투자 구조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정책금융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세 차례에 걸쳐 직접 지시한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와 기후부 업무보고, 그리고 17일 국무회의에서 연이어 국민참여형 투자 구조 도입을 주문했습니다. 핵심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가운데 간접투자 방식 약 35조원을 활용해 국민참여형 펀드를 조성하고, 재정이 후순위로 위험을 보강하며 세제 혜택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현재 논의는 구체적인 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채 혼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민간기업 주도의 국민성장펀드 활용 주민참여형 모델인지, 또는 한전이 플랫폼 역할을 맡아 민간기업과 국민 자금을 결합하는 구조인지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두 모델 가운데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송전망 문제는 한전이 돈이 없어서 못 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난 밀양 사태처럼 주민 저항으로 인해 지연되는 측면이 크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민영화는 하지 않되 민간기업이 송전망을 설치하고 한전이 운영하는 방식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국민이 참여해 '계통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답변은 앞서 제기된 재원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전의 재무 여력 한계가 제시된 상황에서, 자금 조달 해법 대신 수용성 문제를 강조한 것은 논점을 벗어난 대응이라는 평가입니다. 현재 기후부와 한전은 주민 저항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단순 보상 중심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주민을 보상 대상이 아닌 투자자로 참여시켜 계통소득을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부는 정책 설계보다는 기존 보상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보신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 대책은 송변전 설비 인근 주민에게 전기요금 50%를 추가 지원하는 수준으로, 연간 약 50만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전력 생산 지역은 높은 전력 자립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실질적 보상은 제한적입니다. 서울 전력 자립도는 6.8%에 불과한 반면, 전남과 경북은 200%를 넘는 수준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투자자로 참여해 계통소득을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제시한 방향 역시 국민성장펀드 내 국민참여형 펀드를 통한 수익 공유 구조로, 전문가들 또한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정책금융 전문가는 "지금처럼 방향만 제시되고 실행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이 지연되다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처럼 보상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민에게 계통소득을 공유하고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민성장펀드의 국민참여형 펀드는 재원 조달을 넘어 국책사업 갈등을 조정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4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현안보고 중 박정 민주당 의원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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