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두 차례나 후보 등록을 고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막차를 탔습니다. 사실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기싸움에서 밀린 오 시장은 거듭 당 지도부를 향해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인적 쇄신'을 촉구하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변화의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인데요. 이에 '절윤'(윤석열 절연)에 미온적인 장 대표와 오 시장 간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공천 신청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갈등 불씨 여전…혁신 선대위 놓고 '동상이몽'
오 시장은 1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국민과 보수 진영에서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과 지지를 생각하면 말로 다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 기대와 신뢰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어 서울 시민에 대한 책임감과 선당후사 정신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등록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오 시장은 혁신 선대위 조기 출범, 인적 쇄신 등 장동혁 대표의 노선 변화를 요구하며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마감 기한으로 제시했던 두 차례 후보 공모 기간(8일, 12일)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불출마 또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날 후보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동시에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안타깝게도 장 대표와 지도부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극우 유튜버들과 절연하지 못한 채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지도부의 모습은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수많은 후보들과 당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능을 넘어 무책임하다"며 "최전방 사령관의 마음으로 전장에 나선다. 지도부가 혁신 의지를 포기한 채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서울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 시장의 요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변화에 대한 즉답을 피했습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 시장이) 혁신 선대위 출범 자체가 당 지도부나 2선 퇴진 이런 것이 아닌 선거를 위한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 시장의 후보 등록과 별개로 박수민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요. 박 의원은 강남을을 지역구로 둔 초선 의원입니다. 원내대변인에 이어 송언석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아 원내지도부 내 요직을 거친 인물로 꼽힙니다. 일각에서 언급했던 '플랜B'란 이야기가 나오자 박 의원은 "저는 '플랜A'로 우리 당의 무기력함과 지루한 국면을 (저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깨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오세훈 시장과 박수민 의원, 윤희숙 전 의원, 이상규 성북을 당협위원장, 이승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의 경쟁으로, 서울시장 경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혁신 공천' 강조했지만…단수 공천엔 '찐윤'
이정현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오 시장의 후보 등록 소식이 전해지자 "매우 반갑고 환영할 결단"이라며 "서울의 미래를 책임질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의 고민과 책임감이 담긴 선택으로 받아들인다"고 화답했습니다.
다만 이 위원장이 강조한 혁신 공천은 오 시장이 요구한 인적 쇄신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울산·강원·경남에 현역 광역단체장을 단수 공천했는데요. 다수가 찐윤(찐윤석열) 인사로 분류되면서 민심에 부합하는 인적 쇄신 방향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박완수 경남지사는 2022년 윤석열씨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직접 윤씨와 접촉하고 소통했다는 정황이 여러 차례 보도됐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윤석열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면서 대표적 '친윤' 인사으로 불렸습니다.
이 밖에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광역단체장 예비 후보들을 살펴보면 충북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윤갑근 변호사는 윤석열씨 변호인단으로 '찐윤'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충북지사는 현역인 김영환 지사를 컷오프 하고 새로운 인물을 추가로 접수받은 것인데요. 윤 예비후보는 첫 출마란 점에서 '새 인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쇄신'이나 '절윤(윤석열 절연)'과 거리가 먼 인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윤석열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입니다. 또 부산시장에 출마 의사를 밝힌 주진우 의원도 윤석열정부의 핵심 인사로 불리는데요. 주 의원은 윤석열 대선 캠프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장부터 초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까지 전임 정부의 요직을 거쳤는데요. 그러다 2024년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원외 인사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공천을 살펴보면 친윤들 중에 찐윤들이 단수공천 되는 모습"이라며 "'결의문'에 '절윤'을 썼지만, 공천 과정에서 다시 친윤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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