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제재 앞둔 은행권 “수익 1천억인데 과징금 1조라니”
2026-03-13 15:30:26 2026-03-13 15:57:05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 결정이 임박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홍콩 ELS 판매로 얻은 수익이 약 1000억원 수준인데 과징금은 1조원을 넘어선다며 제재가 과도하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감원의 모의실험 결과를 근거로 한 설명의무 위반 판단과 최근 법원의 상반된 판단이 맞물리면서 제재 수위에 따라 일부 은행이 행정소송을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금융위, 18일 5개 은행 제재 최종 확정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18일 정례회의에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과 과태료, 기관 제재 수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당초 이달 초 결론이 예상됐으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안건소위원회 검토가 이어지면서 일정이 다소 늦춰졌습니다.
 
금융위는 현재 백테스트 기간 적정성, 설명의무 범위, 감경 사유 인정 여부 등을 중심으로 막판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달 중 과태료 제척기간이 만료된다는 점에서도 결론을 더 늦추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은 은행들이 홍콩 ELS 판매 과정에서 위험 분석 기간을 임의로 줄여 백테스트 결과를 제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투자자에게 상품 위험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은행권은 투자자에게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합니다. 특히 최근 법원이 일부 관련 소송에서 금융당국과 다른 판단을 내린 점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법원은 지난 1월 관련 소송에서 '20년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백테스트 기간 문제를 들어 설명의무 위반을 판단했지만 법원에서는 같은 사안을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며 "법리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1조원대 과징금은 과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유사 금융상품 제재 사례와 비교할 때 과징금 산정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올해 초 홍콩 ELS 관련 제재를 받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은 금감원 원안보다 20~30%가량 감경된 과태료를 부과받았습니다. 다만 증권사 제재는 절차적 위반 중심이었고 규모도 수억원대에 그쳤습니다. 은행권은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내부통제 책임까지 포함되므로 동일선상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수익 대비 과징금 '10배'…은행권 강한 반발
 
금감원은 5개 은행 홍콩 ELS 판매로 발생한 부당이득을 약 1000억~11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약 500억원, 나머지 은행도 수백억원 수준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현재 논의되는 과징금은 부당이득 대비 약 10배 수준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ELS 판매로 얻은 수익이 1000억원 수준인데 과징금이 1조원대라면 제재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배율이 너무 높아 내부에서도 불만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회사 제재에서도 비례성 원칙은 중요한데, 수익 규모와 비교하면 과징금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은행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은 이미 대규모 자율배상을 진행한 점도 강조합니다. 5개 은행은 홍콩 ELS 가입 고객 약 97%를 대상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배상을 마쳤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사후 조치를 취하면 과징금을 최대 50%까지 감경할 수 있습니다. 사전 예방 노력,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기준 이행 등이 추가로 인정될 경우 감경 폭은 최대 75%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자율배상을 통해 대부분 투자자 분쟁을 해결했음에도 과징금이 원안 수준으로 부과될 경우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억울함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는 과징금 부담이 커질 경우 생산적 금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현재 과징금 일부는 충당금으로 반영됐지만 추가 부담이 발생하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이행에도 제약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과징금 확정 후 은행권은 홍콩 ELS 판매 재개 일정과 전략을 재검토할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거점점포 중심의 고위험 상품 판매 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과징금 불확실성 때문에 판매 재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최종 제재 이후 일부 은행은 행정소송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제재 수위에 따라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여부는 규정에 따른 결정이지만 이미 은행권이 대규모 자율배상을 진행했다는 점은 감경 사유로 고려될 여지가 있다"며 "다만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 문제는 반복적으로 발생했기에 금융당국이 일정 수준의 제재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근본적으로 은행이 고위험 파생상품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구조 자체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금리 하락 등으로 수익 압박이 커지면 은행이 상품 판매에 의존하는 관행이 반복될 수 있어 유사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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