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유지웅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급등했습니다. 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원화 약세는 이를 증폭시키는 구조입니다. 이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성장률은 1%대로 내려앉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코스피 7% 급락, 환율 26원 급등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7.24% 내린 5791.91에 마감하며 2024년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26.4원 오른 1466.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5조원 넘게 순매도에 나서며 코스피 낙폭을 키웠고, 코스닥도 4% 넘게 떨어졌습니다.
국제유가도 확전 우려를 즉각 반영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6.7% 상승했습니다. 장중에는 배럴당 82.37달러로 13% 급등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유가 급등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 외국인 매도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에너지 수급 구조입니다.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선박 운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 상승을 넘어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은 성장률 전망에 직접 반영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브렌트유 가격이 82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5%포인트, 내년은 0.2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6%포인트, 내년 0.1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와 글로벌 무역 노출도가 높아 올해와 내년 유가 상승이 GDP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클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원유 소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동일한 유가 상승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에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임을 의미합니다.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정부·한국은행은 2%,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를 유지할 경우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성장률은 1%대 초중반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벌클리(DDG 84)가 28일(현지시간) 토마호크 지상 공격 미사일(TLAM)을 발사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한국 경제 호성적에 '찬물'…유가 100달러 땐 성장률 '하향'
금융시장 충격은 단기 반응에 불과합니다. 핵심 변수는 고유가의 지속 기간입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고,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경제적 상호확증파괴 전략인 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미 중부사령부에 추가 병력 투입과 보급물자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며, 중·장기화 가능성 재확인했습니다.
호르무즈 통항 차질이 수주 이상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에 진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원유·석유제품 208일분 비축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수입이 끊기는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일 뿐 고유가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아닙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중동 분쟁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경우 한국 무역수지는 408억달러(약 60조원) 감소합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증시 활황으로 수출과 소비가 살아나는 가운데 트럼프발 글로벌 관세 폭탄과 중동발 변수가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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