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입법 앞서 '정관 개정' 자정노력
2026-02-20 14:13:03 2026-02-20 14:13:03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입법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금융지주사의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당국으로부터 직접 지적을 받았거나 경영 승계 이슈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정관 개정 등을 통한 자정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총 시즌 앞두고 당국 압박 고조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손질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정관 개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안은 내달 말 발표하고 지배구조법 개정은 오는 6월 추진되는 만큼 법제도 정비에 일정을 맞추다보면 개편 작업이 더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배구조법은  상법 개정과도 맞물려 있어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과 임기 등 구체적 운영 수칙은 금융지주사 정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현재 KB·신한·하나 등 금융지주는 회장 선임·연임과 관련한 별도 규정 없이 상법 기준을 정관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내달 주총에서 회장 3연임 시 특별결의(출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를 도입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우리금융뿐만 아니라 3월 주총에 지배구조와 관련한 추가 정관 개정 안건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이사회 사무국 등을 통해 다른 금융지주사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배구조 내규 개정은 개정은 정관 변경과 동시에 시행돼야 하기 때문에 3월 주총일때부터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어느 금융지주가 먼저 지주 회장 연임 및 사외이사 교체와 관련해 선제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BNK금융지주(138930)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직후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하면서 '타깃 1호'로 여겨져 왔습니다. BNK금융이 지배구조 개선 TF의 개선안 도입에 앞장서 지배구조 개선의 시발점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회장 연임에 대해서도 추가로 개선안을 적용할지가 관심입니다.
 
오는 11월 양종희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105560)도 이르면 6월부터 경영 승계 절차에 돌입하는 만큼 주총에서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중 우선 적용할 게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2월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과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개편안 확정 전 연임 규정 손질 부담
 
이찬진 금융감독원은 내달 말 예정인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 전이라도 은행이 먼저 신속하게 나서줄 것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12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개 국내은행 은행장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경과를 소개하며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 달라"고 했습니다. 이 원장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을 미룰 이유는 없다"면서 "은행권에서 앞장서서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즉시 추진하고,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반드시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은행을 향한 주문이었지만, 사실상 금융지주 전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은 금융사들이 스스로 판단해 3월 이사회 및 주총에서 선제적으로 개선 방향을 적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지배구조법 개정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이사 중심, 특히 사외이사 과반 구조로 두도록 규정했지만 현직 회장의 회추위 배제를 명문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배구조법에는 회장 선임 절차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고, 회추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각 금융지주사 정관으로 정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 수장들이 "현직 회장이 후임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는 지배구조법 취지에 반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는데요. 금융지주사들은 회추위에서 현직 회장을 제외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당국 압박이 계속되자 회장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각 회사 정관을 손질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동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TF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셀프 연임'과 이사회 '참호 구축'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고,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 선임·연임 안건은 상법상 ‘일반결의’ 사항입니다.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주주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됩니다. 금융당국은 연임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보다는 임기가 거듭될수록 주주의 판단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최초 선임은 현행 과반 요건을 유지하되, 한 차례 연임부터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결의'를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3연임의 경우 출석 주주 4분의 3 이상 찬성을 전제로 한 특별결의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현행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이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인 점을 감안하면, 3연임에 대해서는 이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관 개정에 나서기에는 부담도 있다"며 "사외이사 교체 폭을 키우는 등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우선 대응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과 관련해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이 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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