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가 19일 '국방 인력 관리의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남우 전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우수한 군 간부를 확보하기 위해 사관학교와 학군사관후보생(ROTC) 등 출신을 가리지 말고 장교 임관자 모두를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신분 보장을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모든 장교 임관자들을 장기복무자로 선발하면 우수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교 선발 숫자를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병무청을 적극적인 인재 획득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이남우 전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전 국가보훈부 차관)은 19일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가 '국방 인력 관리의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안했습니다.
이 전 실장은 '한국군 장교 충원 시스템 개혁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2019년 94%에 이르렀던 간부 선발률이 2024년 65%로 급락한 현실을 언급하며 "우리 군이 최근 양질의 인력을 필요한 만큼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실장은 "인력을 획득하는 데 민간기업은 경제적 보상을 비롯한 높은 처우가 무기이고, 공공 분야는 정년을 포함한 직업적 안정성이 무기"라며 "군은 그동안 처우 개선도, 직업적 안정성 높이기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 전 실장은 "장기 복무자와 단기 복무자를 구분하는 군인사법 6조가 현재 한국군의 인력 운영 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육·해·공사 출신자는 장기복무 장교가 되고, 학군·학사·3사 등의 출신 장교는 단기복무 장교가 되면서 장교들의 직업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고, 그 결과 한국군 장교 집단은 고급 장교로 갈수록 사관학교 출신자가 우위를 점하는 획일적 구조가 됐다는 게 이 전 실장의 진단입니다.
이 전 실장은 "단기복무 장교가 장기복무를 하려면 별도의 선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신분이 불안정한 데다 단기복무 장교는 병에 비해 복무 기간이 길어 우수한 인원이 지원하지 않게 됐다"고 부연했습니다.
"사관학교 출신 획일적 군 지휘부 구성도 문제"
이 전 실장은 사관학교 출신자 위주인 획일적 군 지휘부 구성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난 불법 계엄 사태를 통해 사관학교 일변도 지휘부 구성이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며 "당시 불법적 명령에 반기를 든 군인들이 대부분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실장은 "평시 군의 의사결정에도 이러한 획일적 구성이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며 "획일적 군 지휘부 구성은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장기복무가 보장된 사관학교 출신이 안정적으로 교육 기회를 독점하면서 경력 관리에 전념하는 반면에 다른 출신 장교들은 일종의 인턴 신분으로 장기복무 선발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라며 "우수한 인력이 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전 실장은 "우리나라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강력한 신분 보장 덕분에 보수 수준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양질의 인력을 임용할 수 있다"며 "군이 인력 획득 시장에 사용할 무기는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직업적 안정성이며, 그 핵심이 신분 보장이고 이를 위해 장기복무자와 단기복무자를 구별하는 군인사법 6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같은 구별을 폐지하고 전체 장교 임관자를 장기복무자로 선발하면 현재 연간 7000여명인 임관자를 3500여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전 실장의 분석입니다.
이 전 실장은 우수한 장교 인력 확보를 위해 △국방 인력 획득 전담 기관 설치 △장교 양성 기관 통폐합 △과도기 인사관리 특례 △중도 탈락자 지원 등을 제안했습니다.
"병무청, 국방인력획득청으로 확대 개편해야"
국방 인력 획득 전담 기관 설치와 관련해 이 전 실장은 "병무청을 현재의 징병제 아래 소극적 병역의무 이행 관리 수준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인재 획득 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병역 자원이 줄어들고 군이 병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시대에 맞춰 병무청을 국방인력획득청(가칭)으로 확대 개편해 각군에서 산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모병 기능을 통합하고 적극적 국방 인력 획득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백선희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이남우 전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등 19일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가 주최한 국방 인력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어진 토론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제 군 장교를 '민간'과 경쟁하는 하나의 '직업'으로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재진단해야 한다"며 "이제는 장교 역시 임관 시부터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받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군이 '희생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전문성을 키우며 평생을 헌신할 가치가 있는 직장'이 되도록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은 "군복을 입은 군인만으로 국방을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민간의 역할을 군에 대한 제한적 지원에서 국방 핵심 요소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최병욱 상명대 교수는 "우리 군의 초급 간부들은 장기복무가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과 같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우수 인재들이 군을 떠나고 있다"며 "임관할 때부터 장기복무를 원칙으로 하여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창식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은 "대기업 수준으로 간부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정치권에서 수없이 외쳤지만 되는 게 없고 말뿐"이라며 "정년 보장 등 직업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군 간부 인력 충원을 해결하자는 제안이 신선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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