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손을 맞잡고 역대 최대 규모인 150조원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그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이 펀드는 또 하나의 정책성 자금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산업 지형을 바꾸는 실질적 성장 자본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IB토마토>는 국민성장펀드의 구조와 운용 방식을 들여다보고, 기존 정책펀드와의 차별성과 한계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인 첫 출자 절차에 들어가면서,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GP) 선정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한화자산운용이 첫 국민성장펀드 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각 운용사들의 출자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1층 IR센터에서 개최한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사진=금융위원회)
모펀드 GP 5파전…3월 중 선정
총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대형 프로젝트 중 올해엔 30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으로, 이 중 7조원을 간접투자방식(정책성 펀드)으로 모집해 첨단 산업 분야에 공급한다. 산업은행이 출자하고 모펀드 운용사들이 하위 자펀드들을 관리·배분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7조 원 규모의 간접투자 로드맵 중, 가장 먼저 집행되는 것은 4500억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통해서다. 모펀드에 대한 위탁운용 금액은 ▲정책성펀드(산업지원) 1600억원 ▲정책성펀드(집중지원) 900억원 ▲초장기기술투자펀드 800억원 ▲국민참여형펀드 1200억원 등 4개 분야다. 산업은행은 심사를 거쳐 오는 3월 중으로 이 중 4곳의 GP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되는 4개 운용사는 4500억원을 마중물 삼아 민간 자금을 끌어모은다. 이들은 실제 기업에 투자할 자펀드 운용을 맡아 총 1조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정부가 4500억원을 내놓고, 민간 자본은 낮은 리스크로 첨단 산업 투입에 동참하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첫 출자를 따낼 GP의 핵심 요건으로 ▲모펀드 및 정책자금 운용 경험 ▲지역 균형 성장 기여도 ▲민간 자금 모집 능력 등을 꼽는다. 앞서 산업은행은 운용자산(AUM) 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형 운용사로 모집을 제한했고, 총 펀드 규모의 40% 이상을 비수도권 지역에 배분하도록 구조를 짰다.
(사진=산업은행)
성장금융, 입지 불안…'정책펀드 종가' 재입증할까
우선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은 2016년 설립 이후 산업은행과 함께 성장사다리펀드,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주요 정책펀드를 전담해 온 전문 기관으로, ‘정책펀드 종가’ 지위를 재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금융은 지난해 7월 기준 500개 이상의 출자펀드를 통해 약 46조3000억원을 결성, 406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한 경험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역할을 자처해왔다.
다만 최근 주요 정책펀드 운용권을 상실하면서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혁신성장펀드 재정모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성장금융이 탈락하고 신한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이 선정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성장금융은 정책금융 전문 기관이지만, 자본시장법상으로는 민간 기업으로 분류된다. 한국증권금융,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출자해 만든 운용사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민간 운용사와의 경쟁 구도에서 예전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미래에셋, 'AUM 510조' 역량 입증 나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향을 자문하는 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된다. 그룹 총수가 펀드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은 만큼, 계열사가 실제 운용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아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AUM 규모면에서도 타 자산운용사들을 압도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2월 기준 AUM 규모가 510조원을 돌파한 글로벌 운용사로, 역대급 규모의 정책자금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민간 후보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기금투자풀 등 대형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사업을 통해 국내 최상위 수준의 운용 역량을 검증받았고, 지난해 10월엔 삼성운용자산과 KB증권 등을 제치고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평가 1위로 재선정되며 그 입지를 굳힌 바 있다.
'지역 네트워크' 강점 신한·우리, 한화는 '산업 전문성'
AUM 규모 순위로 보면 신한자산운용(AUM 152조원), 한화자산운용(AUM 123조원), 우리자산운용(AUM 61조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혁신성장 재정모펀드 운용사로 꾸준히 선정되며 민간 운용사 중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한 운용사다. 창업벤처펀드, 과학기술혁신펀드, 혁신성장펀드 등 다양한 정책적 영역에서 경쟁력을 쌓아왔으며, '신한 스타트업 벤처펀드' 시리즈 등 민간 주도의 모펀드 운용을 통해 민간 자금의 벤처 시장 유입을 이끄는 안정적인 관리 역량을 증명한 바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그룹이 강점을 가진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태양광·수소)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출자에 도전한다. 은행을 보유한 신한, 우리 등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들과 비교해 지역 네트워크에 대한 약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지만, 방산·우주·에너지 등 지역 경제의 뿌리가 되는 핵심 산업의 밸류체인을 분석해 정교하게 투자하겠다는 산업 전문성을 중심으로 출자에 나설 것이란 진단이다.
우리자산운용은 최근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금융 확대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에서 우리자산운용을 핵심 운용 주체로 삼고 그룹 차원의 전략적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이를 통해 2024년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의 합병 당시 40조원이었던 순자산을 2년 만에 61조원까지 끌어올렸고,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며 운용 효율성 면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첫 출자에 이름을 올리는 GP는 향후 국민성장펀드 후속 출자에서도 사실상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첫 GP 선정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운용 성과뿐 아니라 정책 이해도와 거버넌스 안정성까지 종합적으로 검증된 하우스가 우선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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