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누구를 위한 합당인가
2026-02-09 06:00:00 2026-02-09 06:00:00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으로 2주째 여권이 시끄럽다. 특히 최근 최고위원회 공개 설전은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때 최고위원회 모습을 상기시킨다. 당시 최고위원회 회의 도중 지도부 인사들 간에 반말에 욕설까지 난무하는 볼썽사나운 풍경이 벌어졌는데 이와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현 민주당을 두고 '집권 야당'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모습 때문이다.
 
합당 찬반 논란으로 격화되면서 민주당은 사실상 둘로 나뉘어졌다. 지방선거 전에 합당을 해야 한다는 그룹과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논의해야 한다는 그룹으로 쪼개진 것이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도 찬성과 반대로 갈려 논쟁 중이다. 조국혁신당 당원과 지지자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 중인 건 마찬가지다. 
 
분명 범여권과 통합을 목표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 중인데 민주당은 당내 의원들끼리 대립하면서 오히려 분열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합당을 찬성하는 의원들도, 반대하는 의원들도 당원들과 지지자들로부터 합당 찬반을 따져 묻는 문자 폭탄까지 받는다고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커뮤니티도 합당을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쟁의 주제도 합당을 넘어 차기 당권주자들에 대한 평가로 번졌다. 급기야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를 악마화하는 글도 보인다. 이와 함께 시사·정치 유튜브도 갈라졌다. 친민주당 성향을 보이는 정치 전문가들도 합당의 찬반을 두고 의견 대립이 생겼다. 유튜브에서 합당과 관련해 유명 인사들의 찬반 대립 구도를 섬네일 사진으로 올린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감정싸움에 이어 '대외비 문건' 유출로 더욱 격화됐다. 당초 '통합'이라는 명분은 온데간데없고,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흐름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해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해 대권 놀이를 한다"고 직격하고, 강득구 최고위원도 조국 대표에게 "지방선거 전 '통합은 없다'고 국민께 약속했던 말은 왜 바뀌었느냐"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대표가 폭발했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작다고 자존심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7일엔 페이스북에서 "조국혁신당을 짓밟으면 지선, 총선, 대선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8일엔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13일 안에 합당과 관련한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합당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합당 논의가 정책이나 비전이 아닌, 인신공격성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결국 이번 합당 논의는 '시너지'는커녕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양당에 상처만 남기는 꼴이 되고 있다.
 
정 대표의 말대로 합당을 전 당원 투표로 부친다고 해도 합당의 찬반을 묻는 질문 문구를 두고 또다시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합당의 찬반을 물을 것이냐, 아니면 지방선거 전후로 시점을 나눠 합당의 찬반을 물을 것이냐 등으로 말이다. 여기에 전 당원 투표 결과에서 만약 합당 찬성이 50%를 간신히 넘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합당 반대가 5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합당 찬성 응답이 더 많다는 것을 이유로 밀어붙이는 것이 맞는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대로 합당을 해도, 안 해도 문제다. 양당 지지층의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져 지방선거에서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합당 문제뿐만 아니라 2차 종합 특검 후보 추천 논란에 대한 당내 문제도 시끄럽다. 이쯤 되니 다시 생각해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합당인가. 현 사태가 조속히 매듭지어지길 바란다.
 
박주용 정치팀장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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