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로봇의 노동’을 꼽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생산 현장에 투입돼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까닭이다. ‘호모 라보란스’(노동하는 인간) 시대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진단과 함께 노동시장 대격변이라는 거대한 전환이 도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러한 대격변의 중심에 서 있다. 2028년부터 공장 투입이 예고된 아틀라스는 AI 산업혁명의 ‘미래’와 일자리 대체라는 ‘갈등’을 동전의 양면으로 지니고 있다.
아틀라스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무거운 천구를 어깨에 메고 떠받치는 형벌을 받은 거인에서 유래했다. 신화 속 아틀라스가 신들의 형벌을 짊어졌다면, 현대차의 아틀라스는 인간이 하기 힘들고 위험한 노동을 짊어진다는 의지가 투영됐다. 아틀라스의 등장은 인류가 염원해온 노동 해방과 생산성 극대화라는 유토피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유토피아는 거저 이뤄지지 않는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순간, 현장 노동자는 생존을 위협받는다. 현대차노조가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한 이유다. 이를 두고 보수 언론은 19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진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에 빗대 노조를 시대착오적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노조는 로봇을 파괴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로봇 ‘도입’을 결과로 통보하기보다 ‘합의’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이다. 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우는 방식을 거부한 것이다.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그리고 리스크 관리 등을 이유로 노동자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로봇을 도입할 경우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속절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산업 현장 곳곳에 있는 모든 노동자가 포함된다. 로봇의 노동시장 도입에서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물론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 강행만큼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 역시 문제다. 노사 간 원만한 합의를 통해 시대적 변화라는 흐름에 올라타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어떻게든 이런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거대한 수레에 깔려 죽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멈출 수가 없는 기술의 발전에 인간이 소외당해서는 안 된다. 로봇과 ‘공존’하기 위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혁신 논의가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 인간 중심의 기술 설계와 공존을 위한 업무 체계 변화, 그리고 로봇으로 인한 이익의 공정한 분배 등을 서둘러 정립할 필요가 있다.
로봇과의 공존이 사회에 자연스레 녹아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도 중요하다. 다가오는 AI 시대 격변의 파고 앞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할 견고한 방파제가 정부인 까닭이다. 2028년 아틀라스가 공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이 고용의 종말이 아닌,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시대’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배덕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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