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입법 없이 감독규정만 바꿔도 바로 시행 가능"
2026-01-31 06:00:00 2026-01-31 06:00:00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생명(032830)의 자산운용비율 특혜를 바로 잡기 위한 '삼성생명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감독규정 개정만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금융정책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문제가 되는 삼성생명 관련 특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르는데요. 금융위는 해당 사안을 국회 입법 사항으로 돌리며 여전히 책임을 미루는 모습입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영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전날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일탈 원복 이후 보험사 IFRS17 적용 공시의 미래와 방향' 토론회에서 "삼성생명법은 감독규정 개정만으로도 즉시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보좌관은 지난 2014년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삼성생명법 입법을 주도했으며, 이후 같은 당 박용진·이용우 전 의원과 함께 20·21대 국회에서도 법안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진은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일탈 원복 이후 보험사 IFRS17 적용공시 미래와 방향' 토론회를 연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금융위가 정한 감독규정 원천 무효"
 
이날 김 전 보좌관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금융위가 보험업법에 규정되지 않은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산정 방식을 정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에 어긋나는 사안을 국회 입법 문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금융위가 임의로 만든 기준"이라며 "이 같은 감독규정은 원천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금융위는 보험사 자산운용 산정 기준을 보험업감독규정을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감독규정은 보험업법 하위 법령에 해당합니다. 금융위가 정한 보험사 자산운용 산정 방식은 보험업법에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상위 법률의 위임 없이 하위 규정이 기준을 설정한 만큼 헌법상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헌법 제75조와 제95조는 상위 법령의 명확한 위임 없이 하위 규정이 독자적으로 규율하는 것을 금지하는 '포괄위임 금지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2008헌마408 결정에서 수권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수임명령은 위임입법 한계를 위배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2항과 3항은 상위 법령이 불명확한 경우 행정기관이 고시를 통해 업무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정한 자산운용 방식이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위법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 보험사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에 들어가는 총자산은 시가로 평가하면서 분자에 들어가는 주식·채권 등은 취득원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1990년까지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보험료로 삼성전자(005930) 주식 약 5444억원어치를 취득했는데,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80조~90조원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취득원가 기준이 적용되면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자산 가치가 장부상 수천억원 수준으로만 반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3%까지만 보유하도록 한 규제 역시 취득원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금융위가 정한 자산운용 방식이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입니다.
 
김 전 보좌관은 지난 2024년 금융위에 "상위 법령의 위임 규정이 없는 하위 규정은 '포괄위임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서면 질의했고, 금융위는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해당 규정은 전반적인 자산운용 세부 기준을 함께 규율하고 있어 존치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 전 보좌관은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은 전부 취득원가를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보험사만 금융위 고시에 따라 취득원가로 계산한다"면서 "금융위가 감독규정만 바꾸면 되는데 입법으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의 권리와 직결된 만큼 사안이 시급하다"며 "헌법 소원 제기를 하면 승소할 확률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위 규정에 막힌 상위 법령
 
김 전 보좌관은 상위 법령의 근거 없이 하위 규정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에 따르면 특사경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 수사를 개시하고,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합니다. 그러나 금감원 특사경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검찰에 송부한 뒤 다시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만 수사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상위 법령인 형사소송법은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금융위의 반대로 인지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금감원만 인지(수사)를 검사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그건 고치도록 해서 권한을 똑같이 주도록 하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의견 차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통령 발언이 있은지 하루만에 월례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속한 대응 측면에서 (금감원 특사경에 대한) 인지수사권 부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찬성 입장으로 바꿨습니다.
 
김 전 보좌관은 "애초에 형사소송법이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가 찬반을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상위 법령이 존재하는데 이를 하위 규정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금감원만 인지(수사)를 검사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그건 고치도록 해서 권한을 똑같이 주도록 하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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