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에 '과징금 2720억'…'LTV 담합' 첫 제재
대출 한도 정보 돌려보며 LTV 조정
한도 격차 축소→소비자 선택 제한
2026-01-21 18:07:05 2026-01-21 18:29:32
[세종=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거래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습니다. 2021년 12월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 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한 첫 제재 사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자수익, 2년간 6조8000억원"
 
공정위 조사 결과, 4개 은행의 실무 담당자들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달하는 각 은행의 LTV 정보 전체를 수시로 교환했고, 이를 자신들의 LTV 조정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을 경우 대출금 회수 리스크가 커져 이를 하향 조정하고, 반대로 낮으면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LTV를 상향해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했습니다. 해당 담합 관련해 은행들이 올린 이자수익은 6조8000억원으로 산정됐습니다.
 
그 결과 4개 은행의 LTV는 장기간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과 비교하면, 2023년 기준으로 이들 4개 은행의 LTV 평균은 비담합은행보다 7.5%포인트가량 낮게 형성됐습니다. 공장·토지 등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LTV 평균 격차는 8.8%포인트로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4개 은행은 정보 교환 흔적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등 법 위반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 LTV 정보를 인쇄물 형태로 전달받은 뒤, 엑셀 파일에 일일이 입력했으며 전달받은 문서는 파기하기도 했습니다. 담당자 교체 시에도 정보 교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은행별 담당자와 교환 방식을 정리해 인수인계까지 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시중은행 ATM 모습. (사진=연합뉴스)
 
차주들은 대출거래 조건 '악화'
 
반면 차주들은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은행의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LTV가 낮아지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 규모는 줄어듭니다.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추가 담보를 마련하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 조건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LTV가 금리와 별개로 대출 가능 범위를 좌우하는 핵심 거래조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금리를 정하기 이전 단계에서 경쟁을 차단한 사례라고 판단했습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가격이나 생산량뿐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한 거래 조건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역시 부당 공동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LTV 정보 교환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은행별 과징금은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하나은행 869억원, 우리은행 515억원입니다.  
 
세종=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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