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미 '이례적 구두개입'…기준금리도 '5연속 동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한국경제 펀더멘털과 부합 안해"
원·달러 환율, 반짝 하락 후 상승…장중 1470원대 돌파
외환당국 "환율 대책 안 먹히면 거시건전성 조치 검토"
환율 불안에 '금리 동결' 장기화…'인하' 사이클 종결
2026-01-15 16:57:09 2026-01-15 17:20:3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는 미국 재무장관의 이례적인 구두개입에도 환율 상승세가 꺾이질 않자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환율 불안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했습니다. 특히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하면서 통화완화기 진입 15개월 만에 금리 인하 사이클 종결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고환율에 금리도 발목 잡히면서 동결 장기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선트 '약발'도 안 먹힌다…정부, 거시건전성 조치 '만지작'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 오른 1465.0원에 장을 시작한 뒤 7.8원 내린 1469.7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환율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소폭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1460원대를 유지했습니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방미길에 오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습니다. 타국 환율에 대한 미국 재무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베선트 장관이 구두개입을 한 후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하락세로 돌아서며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멈췄습니다. 실제 해당 발언이 공개된 직후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476원대에서 1470원선으로 단숨에 떨어졌고, 장중 1462원까지 하락한 후 1464원에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주간 거래에서 다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대를 돌파하면서 베선트 장관의 구두개입도 반짝 효과에 그쳤음을 보여줬습니다.  
 
환율 상승세가 꺾이질 않자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최지영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환시장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내국인의 달러 매수 수요가 역외 거래를 자극하며 외국인의 거래 행태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장하자마자 증권사 해외투자를 중심으로 굉장히 많은 달러 수요가 발생했다"며 "역외 외국인들은 한국 펀더멘털과 환율이 괴리돼 있다는 베선트 장관의 평가에 공감하지만, 내국인들은 환율을 저가매수 기회로 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관리관은 "거시안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차원의 조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거시건전성 조치는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을 타깃으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조치가 결과적으로 개인의 거래 행태를 변화시키고 유도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해 10월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계기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율 불안에 금리도 '멈춤'…한은 '금리 인하' 문구 삭제
 
환율 불안이 이어지면서 금리도 멈췄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에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금통위원 모두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지난 2024년 10월과 11월, 지난해 2월과 5월 이후 5회 연속 동결 기조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금통위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총재는 이어 "최근 성장세가 11월에 비해 다소 나아졌지만 주택 가격과 환율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하거나 높아져 현재 동결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번 결정에서 환율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이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즉답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날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금리 인하' 표현이 삭제됐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라며 중립적인 표현만 담았습니다. 결국 고환율에 금리도 발목이 잡히면서 시장에서는 당분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과도하게 금리가 인하될 거라는 기대는 사라지고 저희가 원하는 정도의 메시지로 정상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부동산은 공급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에 금리만 올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금리로 환율을 잡으려면 2~3%포인트 올려야 하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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