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저축은행들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을 축소하면서 취약계층 대출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중·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저신용자를 밀어낸 영향입니다. 금융권에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저신용자 대출 한파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신용자 대출 취급 '뚝'
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신용대출을 판매 중인 32곳 중 15곳에 그쳤습니다. SBI·OK·웰컴·페퍼·JT·고려·신한·우리금융·OSB·한화·엠에스·동양·세람·스타·다올저축은행 등입니다. 그마저도 SBI·JT·신한·OSB·다올·한화 등 6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 취급 비중이 1%에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연말 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들이 저축은행으로 이동했는데요. 저축은행 역시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저축은행업계는 6·27 부동산 대책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해당 대책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가 절반 가까이 축소되면서 저축은행의 대출 여력도 함께 낮아졌습니다.
금융사 취급 여력이 부족해지고 가계 대출 한도까지 줄어들면서 대출 취급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6·27 대책 시행 이전에는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취급하던 저축은행이 17곳이었지만, 이후 2곳은 취급을 중단했습니다. 저신용자 대출을 이어가고 있는 저축은행들 역시 취급 비중을 줄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섰습니다.
여러 차례 단행한 신용사면도 한몫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2024년 약 290만명을 대상으로 신용사면을 실시했고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이재명정부가 324만명을 대상으로 추가 신용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신용사면이 이뤄지면 다수 차주의 신용점수가 일제히 오르면서 상향 평준화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그만큼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이 경쟁에서 밀리는 구조가 형성된 셈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6·27 대책으로 차주 한도가 많이 떨어지면서 대출 승인 비중이 함께 떨어졌다"면서 "연말에는 총량 관리를 하기 위해서 통상 문턱을 높인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600점 이하 차주들은 현재 대부업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전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에 힘쓰는 만큼 저신용자 대출은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출 한파 장기화"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저신용자들이 법정 최고 금리에 가까운 카드론이나 대부업,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카드론은 저축은행에 비해 신청과 심사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해 저신용자들에게 급전 창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카드론 잔액이 되레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42조552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직전 월(42조751억원)보다 1.14% 늘어난 것으로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카드론 잔액은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데 이어 11월에는 증가 폭이 확대됐습니다. 카드업계는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급전 수요가 카드사로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신용자의 단기 자금 수요와 함께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한 저신용자까지 동시에 유입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금리가 연 20%에 육박하는 카드론을 이용해야 하는 저신용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적용된 카드론 평균 금리를 보면 △우리카드 19.86% △현대카드 19.78% △농협카드 19.12% △
삼성카드(029780) 19.05% △롯데카드 18.41% △신한카드 18.26% △국민카드 17.64% △하나카드 16.3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씨카드는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이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대출 여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중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줄 수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한파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시장에 돈을 너무 많이 풀면서 대출을 월별로 관리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한 상점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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