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새마을금고가 '더나은 체크카드'를 고지 없이 단종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발급 중단 소식에 소비자들이 영업점에 남아 있는 공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창구로 몰리는 상황입니다. 카드를 단종할 때 사전 고지 강제 규정이 없어 이러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년도 못채우고 비대면 발급 중단
6일 새마을금고 등에 따르면 더나은 체크카드는 지난 4일 비대면 발급이 중단됐습니다. 이 카드는 새마을금고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2023년 5월25일 출시된 체크카드로, 일반 체크카드보다 혜택이 좋아 '혜자 카드'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발급자 입장에선 수익성이 좋지 않아 출시 3년도 채 되지 않아 비대면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더나은 체크카드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영역에서 20% 캐시백 혜택을 제공합니다. 쿠팡·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 등 온라인 쇼핑과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커피빈 등 카페 업종에서도 20% 캐시백이 적용됩니다.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을 충족하면 포인트나 할인 방식이 아닌 현금을 최대 1만8000원까지 돌려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혜택이 적용된 결제 건도 전월 실적에 포함되며 아파트 관리비·공과금·통신비 등 고정비와 상품권 구매 금액도 실적으로 인정돼 실적 요건을 채우기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혜택 적용 영역에서 한도에 맞춰 약 9만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21만원의 실적을 채울 경우 피킹률이 최대 6% 수준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카드 단종 소식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습니다. 새마을금고를 방문한 소비자가 창구 직원으로부터 발급 중단 사실을 들은 뒤 이를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알려진 것입니다. 사전 고지 없이 카드 발급이 중단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 소비자는 "혜택이 좋은 카드는 항상 공지도 없이 사라진다"면서 "카드 발급을 최대한 막기 위해 몰래 없애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소비자는 "혜택이 좋아 단종 소식이 나오면 재발급을 받을 생각이었다"며 "공카드를 발급받긴 했지만 유효기간이 짧아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카드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상품을 개발·출시하고 개별 금고가 이를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카드 단종 시 중앙회가 안내해야 하지만 예고 없이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역대급 혜자 카드로 평가받던 'MG+ S 하나카드'가 단종 2주 전에 공지되자 발급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는데요. MG+ S 하나카드 마저 단종 일정이 사전에 안내됐지만 더나은 체크카드는 곧바로 발급이 중단되면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더나은 체크카드는 비대면 발급이 중단됐지만 영업 창구에서는 공카드를 통한 선착순 발급이 가능합니다. 공카드는 즉시 발급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미리 만들어 두고 고객 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카드입니다. 다만 현장에서 공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카드마다 유효기간이 달라 최대 2년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영업시간 내 방문이 어려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카드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비대면 발급만 중단한 것으로 카드 발급 채널을 조정하는 차원이라 별도의 공지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카드 단종 시 고지 규정 의무화 필요
금융사들은 카드 단종 시 별도의 고지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기습 단종이나 미고지 단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통상 단종 시 사전 공지를 하려고 노력한다"면서도 "다만 관련 규정이 따로 없다 보니 실제 공지 여부는 금융사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제25조에 따르면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경우 소비자에게 이를 사전에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카드 단종은 부가서비스 축소와 다른 유형으로 분류되면서 단종 자체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나 제재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 하나카드가 마일리지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금융사가 부가서비스 축소 대신 카드 단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19년 대법원은 하나카드가 회원들에게 부가서비스 축소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점을 근거로 약 45억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하나카드는 서비스 축소 사실을 사전에 공지했다고 주장했지만 변경 내용을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사는 리스크가 있는 혜택 축소보다 카드를 아예 단종시키는 방식을 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카드 미고지 단종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삼성카드(029780)와 하나카드는 과거 각각 2종과 4종의 카드 상품을 단종하면서 별도 사전 고지를 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또한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 2종과 '스타벅스 현대카드' 등 3종 카드 단종을 당일 공지했다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를 발급받을 때 약관 등을 통해 단종 가능성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는 것이 전부"라면서 "단종 직전에 별도로 고지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관련 규정이 미비해 소비자 불만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은 '더나은 체크카드' 디자인. (이미지=Gemini 합성)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