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 금융계열사 앱들이 슈퍼앱인 '모니모'로 통합 이전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백 개 기능이 한 곳으로 몰리다 보니 앱이 무거워지고, 원하는 서비스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금융상품을 하나만 이용하는 고객들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한데 묶인 슈퍼앱을 강제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모니모 개편에 불만 폭주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모니모 출시 이후 자사 앱에서 제공하던 주요 기능을 모니모로 이전했습니다. 문제는 기존 자사 앱이 여전히 유지되는 가운데 모니모 앱까지 동시에 사용해야 해 소비자 불편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일부 기능은 아예 모니모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모니모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용자는 필요 없는 앱을 중복해 설치·관리해야 하고, 기능 접근성도 낮아졌다는 지적입니다.
한 소비자는 "자사 앱이 따로 있는데 모니모까지 설치해서 이중으로 사용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모니모는 이름도 직관적이지도 않고, 통합되면서 기능도 복잡해서 불편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차라리 필요한 것 찾기에는 개별 앱을 사용할 때가 훨씬 편리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NEW 모니모' 출시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전면 개편됐지만 정작 이용자 불편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UI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앱이 전반적으로 버벅거리고, 버튼도 더욱 늘어났을뿐더러 접속할 때마다 인증이 초기화되는 등 각종 오류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카드 이용자들의 반발이 큽니다.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보험 계열 자사 앱들은 그동안 오류가 잦고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불편이 많아, 오히려 모니모 통합을 '개선'으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많습니다. 반면 삼성카드 앱은 깔끔한 UI와 직관적인 사용성으로 호평을 받아왔는데요. 그런데 모니모 통합으로 즉시 결제, 분할 납부, 포인트 적립, LINK 서비스 등 핵심 기능이 모두 모니모로 이전되면서 정작 삼성카드 앱은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소비자는 "삼성카드만 쓰는데 왜 다른 계열사 약관까지 동의하게 만들어뒀냐"며 "금융 통합이라 해도 다른 기능을 안 쓰는 사람도 있는데 선택권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삼성금융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UI가 크게 바뀌면서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고객의 불편사항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앱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환을 강제적으로 강요하기보단 소비자들이 하나의 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모니모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 대비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공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생명은 610억원, 삼성화재는 589억원, 삼성증권은 371억원을 모니모 구축·운영비로 투입했습니다. 올해도 삼성생명 541억원, 삼성화재 479억원, 삼성증권 334억원 등 총 1355억원을 추가 부담했습니다. 그럼에도 앱 완성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수천억 원을 들인 프로젝트치고는 체감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니모가 출시하면서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기가 끌린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기능을 모니모로 이전하니 가입자는 어쩔 수 없이 가입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이용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이달 초 '모니모'를 전면 개편한 'NEW 모니모'를 선뵀다. (사진=삼성금융네트웍스)
리스크 분담 안 돼
삼성 금융계열사의 주요 기능이 모니모에 통합되면서 이용자 규모도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보안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아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업계를 막론하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모니모가 해킹 공격을 받을 경우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수천만 건의 민감 데이터가 한꺼번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제로 2022년 모니모 출범 후 불과 나흘 만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난 전례도 있습니다. 개인 자산 정보를 조회하는 화면에서 삼성증권 페이지로 넘어가는 과정에 다른 이용자의 계좌번호와 잔고, 수익률 등이 노출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입니다. 피해 인원은 총 344명으로 외부 유출이나 금전 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이용자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사고 원인은 삼성증권 시스템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오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금융 관계자는 "해킹 사고가 큰 이슈인 만큼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당시 사고도 해킹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억이 찜찜하지만 모니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보험 계열사는 모니모를 통해 보험금 청구나 보험계약대출 등 핵심 기능을 제공하고, 삼성카드 역시 주요 서비스가 대부분 모니모로 이전되면서 사실상 자사 앱으로는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삼성은 다양한 금융계열사의 서비스를 한 번에 경험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앱을 통합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불편과 오류를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통합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가 이용을 해야 통합앱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하나만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용을 유도당하는 것 같아 반발심이 먼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앱을 없애고 통합할 땐 정말 신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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