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에 따른 상품 확산에 나선 가운데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손해보험사들이 추격 채비에 나섰습니다. 손보사들은 바우처형 특약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앞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종신보험 집중된 생보사 독무대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시범 도입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지난 2일부터 전체 19개 생보사로 상품 취급사를 확대했습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후에만 받던 보험금을 생전 연금이나 생활자금 형태의 노후소득으로 앞당겨 받아 의료비 등으로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과거 판매된 종신보험과 신규 상품 모두에 적용되며, 지급 비율과 지급 구간도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청 가능 연령은 만 55세 이상으로 제한됐습니다.
사망 보장에 집중된 종신보험 설계 취지를 고려해 당국은 장기 인·사망 담보를 주력으로 하는 생명보험업권 중심으로 제도화를 추진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따른 의료비 부담과 노인 일자리 부족으로 생계가 우려되는 상황이 급증하면서 종신보험 성격도 사망 보장에서 생전 케어나 노후소득 보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니즈가 커진 배경입니다.
손해보험협회가 작년 9월 중순께 16개 손해보험사 자료를 취합한 결과 경증 치매나 검사비 등을 보장하는 질병보험 신규 계약 건수는 2023년 399만5921건에서 작년 644만5121건으로 61.3% 급증했습니다. 당시 손보협회 관계자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만성질환과 노인성질환 관련 의료비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업계 최초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비대면 신청을 도입한 한화생명이 작년 11월 말 발표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소비자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49.4%)은 종신보험의 가장 큰 불만으로 '당장 받는 혜택이 없다'를 꼽았습니다. 또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에 대해선 53.4%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제도가 도움이 될 상황으로는 '은퇴 후 노후 생활비'가 37.0%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중대 질병 의료비'가 24.4%, '간병비'가 23.3% 순으로 답변이 뒤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종신보험을 단순 상속 자산이 아닌 생애 전반의 자산관리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전체 계층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 소득빈곤율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OECD 평균치인 14.8%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요양·간병 바우처로 진입 노리는 손보사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생명보험업권을 중심으로 안착 단계에 접어들자 손해보험사들도 장기 상해·질병·치매 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사망 시점에만 지급되던 보험금을 생전 간병·의료비로 앞당겨 활용하려는 고령층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만큼 손보업계 역시 자사 포트폴리오와 맞닿은 유동화 모델을 통해 고령층 효용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손보사가 주목하는 방식은 현금(연금) 지급이 중심인 생보사와 달리 요양·간병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 바우처형’ 특약입니다. 치매·만성질환 등 장기 질병 보장을 주력으로 키워온 손보사 입장에서는 사망보험금을 현금으로 쪼개 지급하기보다 실제 의료·돌봄 서비스로 연결하는 방식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양시설, 간병 인력, 헬스케어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보험금의 실질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구상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정책 방향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보험을 통해 노후가 안심되는 삶을 지원한다’는 전략을 제시하며, 세 번째 과제로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명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물·서비스 형태로 보험금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취급을 확장해 국민 편익을 높이겠다는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요양시설, 건강관리, 간병 서비스 등과 연계한 상품 출시 가능성을 열어둔 셈입니다. 다만 손보사 적용 여부는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손보사들은 헬스케어와 요양·간병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손보업계는 향후 서비스 바우처형 특약의 적용 범위를 넓혀달라는 건의를 당국에 공식 제안할 계획입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치매보험을 중심으로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는 형태의 신상품을 준비 중"이라며 "제도적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 손보사도 사망보험금 유동화 구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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