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벤처기업협회가 선정한 '2025 대한민국 창업지원 우수기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공공기관 가운데, 본래 창업 지원이 주된 업무가 아님에도 현장 밀착형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생태계 확장에 기여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식품·콘텐츠 분야를 대표하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식품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등은 각기 다른 산업 기반에서 창업 지원 모델을 구축하며 '공공기관형 창업 지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일 '벤처 30주년 기념식' 전야제에서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공공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2025 대한민국 창업지원 우수기관'을 선정·발표했습니다.
협회는 인프라 구축, 창업 지원 실적, 창업 문화 확산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K-water, 식품진흥원, 콘진원을 비롯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도로공사 △한국발명진흥회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 12곳을 창업지원 우수기관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K-water, 식품진흥원, 콘진원은 각 산업 특성에 맞춘 창업 지원 모델을 통해 물·식품·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창업 생태계를 넓히고 있습니다. 공공 인프라와 전문성을 창업 지원에 결합해 교육·제작·실증·투자·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점이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벤처기업협회는 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벤처 30주년 기념식'에서 '2025 대한민국 창업지원 우수기관' 12곳을 선정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공공 인프라 개방해 실증 기회 넓힌 K-water
K-water는 물 관리, 스마트시티, 환경·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술 실증과 성능 검증, 사업화 연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협력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유망 물 산업 스타트업을 발굴해 멘토링과 기술검증(PoC)을 지원하고, 워터라운드 플랫폼 제공과 테스트베드 운영을 통해 순환형 혁신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K-water는 2018년부터 유망 기업을 발굴·육성해 기후테크 예비 유니콘 기업 4개를 배출했으며, 작년까지 공동기술개발 274개 과제를 추진했습니다. 성과공유제와 구매조건부 사업을 통해 누적 기업 매출 2759억원을 기록했으며, 기술이전을 통한 기업 매출도 386억원에 달했습니다.
또한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하이테크 물 산업 육성을 위해 5254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작년까지 물 기업 투자 1180억원을 집행했습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자이텍스(GITEX Global), 물·에너지·환경기술박람회(Wetex) 등 해외 전시회에 창업 기업과 동반 참가하며 글로벌 진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은진 한국수자원공사 창업혁신부장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금과 인프라를 활용해 민간 기술 창업의 성장 경로를 확장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구축한 스타트업 육성 체계 개요도. 물 산업 전반에서 기술 발굴부터 실증, 판로 개척, 투자,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구조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를 설계하고 있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식품 특화 인프라로 창업 장벽 낮춘 식품진흥원
식품진흥원은 식품 분야 특유의 높은 초기 비용과 규제 장벽을 낮춘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식품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창업 지원 체계를 구축해, 아이디어 단계의 예비 창업자부터 초기 기업까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식품진흥원은 12개 기업 지원 시설을 중심으로 공유형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시제품 제작부터 레시피 검증, 품질·위생 관리, 포장·물류, 마케팅까지 연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장비나 대규모 공장 없이도 창업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접근성을 높인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2017년부터 운영해온 ‘청년식품 창업성장 지원사업’을 통해 총 316개 청년 창업팀을 육성했고, 이 가운데 215개 팀이 창업 또는 사업화에 성공해 68%의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단순 교육을 넘어 실제 시장 진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장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식품진흥원의 판로 연계 지원을 받은 농산물 가공 스타트업 '그린로드'는 작두콩차 제품을 동네 슈퍼 유통망에 입점시켜 초도(初度) 물량 약 3500만원 규모를 완판했고, 이후 추가 주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명남 식품진흥원 사업본부장은 "K-푸드 스타트업은 초기 비용과 규제 장벽이 높은 산업 특성을 안고 있다"며 "식품 창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민간 협력 네트워크와 연계해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2025 청년식품 창업캠프'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창작·사업화·투자 잇는 콘진원식 콘텐츠 창업 지원 모델
콘진원은 콘텐츠 산업의 프로젝트 기반 산업 구조와 초기 수익 창출이 어려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창업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콘진원은 창작 단계부터 사업화, 투자 연계, 글로벌 진출, 입주·제작 인프라 제공까지 창업 지원 전 단계 지원 체계를 지원하며 2016년 이후 누적 지원 규모는 215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아이디어 사업화, 액셀러레이터 연계, 투자 연계, 선도기업과의 PoC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창업자와 초기 기업이 시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 창업보육기관과 투자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공공 지원 이후에도 성장이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글로벌 진출 지원도 핵심 축입니다. 콘진원은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국가·권역별 특성을 반영한 현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글로벌 마켓 공동관 참가를 통해 콘텐츠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수진 콘진원 팀장은 “콘텐츠 창업은 창작 지원과 함께 사업화·투자·해외 진출이 함께 설계돼야 지속 가능하다”며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눠 성장 경로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1월27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개최한 '2025 콘텐츠 넥스트 웨이브' 행사에서 콘텐츠 기업육성 지원사업 성과가 소개되고 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선정이 창업 전담 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각 공공기관이 고유 기능을 살린 방식으로 창업 지원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업 특성과 현장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창업 생태계 확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이들 기관은 벤처·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기관이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협력에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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