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기댄 제조업…고용은 제자리
설비·효율로 버틴 반도체
고용·내수는 갈수록 취약
2025-12-17 18:08:37 2025-12-17 18:17:12
[세종=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통신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고용은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제조업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 업종에서조차 고용 파급이 제한되면서, 제조업 회복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통계로 확인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출하액 26.4%↑…고용 증가는 고작 0.6%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2024년 광업·제조업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통신 사업체의 출하액은 340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출하액은 산업 활동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로, 전자·통신업의 출하액은 현행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조사 대상 기준) 이후 가장 컸습니다. 종전 최대였던 2022년 출하액(320조5000억원)을 약 20조원 웃도는 규모입니다. 
 
이는 전체 제조업 출하액(2086조9000억원)의 16.3%로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입니다. 산업의 실질적인 가치 창출 수준을 보여주는 '부가가치' 역시 압도적이었습니다. 증감률(48.4%)은 역대 최고치였고, 부가가치 규모(169조4000억원)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세 번째로 큰 수준입니다.
 
국가데이터처는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자·통신업이 호황을 맞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전체 제조업의 출하액(4.9%), 부가가치(11.4%), 종사자 수(2.1%) 등 주요 지표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고용은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실적을 주도한 전자·통신업 종사자 수가 34만7000명으로, 실적 급증에도 증가율이 0.6%에 그친 영향입니다.
 
자동차·기계장비까지…고용 빅3 모두 '부진'

전자·통신업은 자동차, 기계장비와 함께 제조업 내에서도 종사자 규모가 가장 큰 업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산업 특성상 매출과 이익이 늘어도 고용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설비 투자 중심의 산업 구조로 생산이 늘어도 공정 효율화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제조업과 기계장비업에서도 고용 정체가 공통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 수 증가율은 1.4%에 그쳤고, 기계장비업은 오히려 1.4% 감소했습니다. 수익성이 저조해 고용을 늘릴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제조업 핵심 업종 전반에서 고용 정체가 이어진 가운데, 고용 증가는 식료품(4.5%)과 기타 운송장비(20.3%) 등 일부에 국한됐습니다. 
 
국내 제조업에서 반도체 단일 품목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할 경우, 지표 개선과 고용·내수 간 괴리는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반도체 중심의 산업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마저 흔들릴 경우 제조업 전반과 고용·내수가 동시에 충격을 받는 구조입니다.
 
세종=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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