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15일 국가AI(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 AI 액션플랜(이하, 액션플랜)’ 초안을 발표했다. 액션플랜 초안에서는 구체적으로 국방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통해 AI 기반 국방 강국을 구현하겠다는 국방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포함해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과 ‘AI 혁신 생태계 조성’ 및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 등 3대 정책 축, 총 98개의 세부 과제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말 그대로 ‘AI 대전환’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AI는 인간의 학습능력·추론능력·지각능력을 기계 등에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을 가리키는데, 법률적으로는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 또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된다(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제2조). 이에 따르면 AI는 넓은 의미에서 로봇의 범주에 포섭되는 것으로 새겨진다. 단지 ‘기계장치’라는 유기체에 AI를 탑재했는지에 따라 ‘피지컬 AI(Physical AI) 또는 AI 로봇(AI Robot)’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소프트웨어 AI(Software AI)’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편 일찍이 빌 게이츠는 로봇의 보급 확대는 결국 인간의 일자리 감소 및 그에 따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로봇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봇에 대한 과세로 확보한 세수를 일자리를 상실한 노동자에 대한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올리 마주르(Orly Mazur)는 로봇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세수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로봇을 생산하거나 보유하는 자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데이비드 오토(David H. Autor)나 제임스 베센(James Bessen) 등은 로봇(혹은 자동화 시스템)이 노동과 상호 보완적이며 생산성 증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대량 실업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들은 과세 대상으로서의 로봇에 대한 정의가 곤란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 과세에는 반대하지만 로봇을 생산하거나 보유하는 자본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1월23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6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를 찾은 스님이 소셜 로봇 리쿠와 함께하는 명상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같은 로봇세 찬반론자들의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광의의 로봇에 해당하는 AI의 담세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즉 과거의 로봇이 초과 생산력을 보유한 자동화 시설(혹은 기계장치)로 정의되었다면 현재의 로봇은 AI를 탑재한 유기체(혹은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지컬 AI의 경우 AI에 기반한 기계학습(Machine Lernning)이나 심층학습(Deep Lernning)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 등을 분석하고 예측한 후, 그 결과를 AI와 일체화되어 있는 유기체에 전달해 스스로 구동하는 과정에서 초과 생산력이 발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피지컬 AI는 물론 모든 AI는 그 자체로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세원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로부터 얻어지는 세수는 응당 ‘AI 대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의 보호에 사용되어야 한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는 이미 AI 또는 AI로 무장한 로봇들로 인해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하면서 사회적·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AI 대전환’은 우리 사회가 AI와 피지컬 AI 등 새로운 유형의 로봇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한다. 때마침 이재명정부는 AI 기본사회 추진 계획을 수립해 AI를 국민의 삶과 사회 구조 속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AI 기본사회’ 추진의 마중물로써 로봇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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