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금융)⑨오프라인 한계 디지털로 극복
2025-12-12 13:41:43 2025-12-12 15:16:09
(자카르타=이종용·이재희 기자)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경제 1위국인 거 별 소용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금융업 환경에 대한 뉴스토마토 취재팀 질문을 받은 한 주재원의 대답입니다. 인도네시아 면적은 한반도보다 9배 넓고, 그 안에 3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매년 5%에 달하는 만큼 '노다지'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국민 계층별 경제 여력을 차치하더도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격적 채널 확대가 어렵다는 게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금융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한국계 은행들은 디지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채널 확대 전략을 꾀하는 것입니다.
 
1만7천여개 쪼개진 섬나라
 
현지 결제 시장에서는 QR 기반 간편결제 시스템인 큐리스(QRIS, Quick Response Code Indonesian Standard)가 자리 잡았습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QRIS 거래 건수는 올해 9월 기준 103억3000만건을 기록해 연초 목표 대비 158%를 상회했습니다. 디지털 결제 규모 또한 2030년 2459조루피아(한화 2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계 은행들은 모바일앱 고도화와 QRIS 연동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쏠(SOL) 인도네시아'를 통해 개인 예·적금, 송금, QR 결제 기능을 강화했고, 하나은행 법인은 라인과 협업한 '라인뱅크'를 기반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e-KYC)과 QR 결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법인도 '우리소다라WON뱅킹'을 통해 오프라인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의 고객을 모바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구사 중입니다. 기업은행도 'IBK 인도네시아' 앱을 출시해 현지 젊은 층을 공략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신한은행 'SOL 인도네시아' 앱을 구동 중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시공간 넘는 디지털 전략 필수 
 
한국계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을 플랫폼 협업 기반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라인뱅크처럼 빅테크와 손잡고 고객 유입을 극대화하거나 QRIS를 활용한 간편결제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QRIS는 현재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한국 등 외국 결제 인프라와 연동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어 향후 국제 결제 네트워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지 은행 법인 관계자는 "QRIS가 국경 간 결제까지 연결되면 환전이나 트래블카드 없이도 현지 통화(IDR)로 해외 결제가 가능해져 사용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각 은행들은 QRIS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와 프로모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금융시장 역시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자고(Jago), 씨뱅크(SeaBank), 알로뱅크(Allo Bank), BNC 등 디지털은행이 빠르게 시장을 확장 중입니다. 플랫폼 기반 디지털은행들은 자체 고객 생태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예금·대출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씨뱅크는 전자상거래 대기업 쇼피(Shopee)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을 유입시키고, 계좌 개설을 통해 다시 LCF(저원가성예금)로 전환해 활용합니다. 디지털은행이라고 해서 모두 개인 대출만 하는 것도 아니며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활용해 다양한 여신을 취급하면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자카르타 소재 Mankuluhur City Building Tower 1층에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라인뱅크 입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국가 간 협력 동반 필수 
 
디지털 플랫펌 전략은 전산 구축·플랫폼 개발 등 초기 고정비가 크고 일정 규모의 고객이 모이기 전까지는 조달 비용과 운영비 부담이 상당합니다. 일부 디지털은행은 연체율이 3% 이상 달해 충당금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한국계 은행 법인 관계자는 ""디지털은행이 고속 성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규모의 경제 확보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거래 기반이 튼튼한 전통 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랫폼 생태계를 가진 디지털은행 역할이 크다"고 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제 등 금융거래 장벽을 없애기 위해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충열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이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은 두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법에 대한 실무 협약을 맺으며 준비 초반부에 진입했다"며 "국가 대 국가, 사람들 간에 연결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양자에서 다자로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도 디지털은행 전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한-아세안 금융협력포럼' 주제도 '디지털 금융 혁신의 미래' 였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마헨드라 시레가르(Maendra Siregar)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위원장은 "디지털 혁신은 단순한 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 금융 건강과 사회적 복지를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금융은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규제가 파편화되거나 기준이 일관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아세안과 한국이 규제 모범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이를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마헨드라 시레가르(Maendra Siregar)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위원장이 지난 2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아세안-한국 금융협력포럼'에서 은행의 디지털 혁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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