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금융)⑤ 카드·보험 과도기…"지금이 기회"
2025-12-12 06:00:00 2025-12-12 06:00:00
(자카르타=신수정 기자)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성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신용정보 인프라가 취약해 은행보다는 비은행·할부금융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계 금융사가 수십 년간 구축한 산업 연계와 시장 장악력으로 우위를 지키는 가운데, 한국계 카드사·보험사 등 2금융권의 진출과 신규 진입이 최근 크게 탄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금융사는 보험사 6곳(삼성화재·KB손해보험·DB손해보험(사무소)·한화생명·메리츠화재·서울보증보험), 카드사 4곳(KB국민카드·BC카드·신한카드·우리카드), 캐피탈사 4곳(KB캐피탈·롯데캐피탈·하나캐피탈·현대캐피탈), 저축은행 2곳(OK저축은행·JT저축은행) 등입니다. 이들 금융사는 계열사 간 거래 규제의 공백을 활용한 ‘캡티브’ 전략이 주요 공략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자카르타의 한 빌딩 고층에서 내려다본 자카르타 비즈니스 중심지인 SCBD(Sudirman Central Business District)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은행 비주류 금융시장 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높은 경제 성장성과 젊은 인구구조를 기반으로 신흥국으로 주목받지만, 신용정보 인프라가 미흡해 은행보다 비주류 금융회사가 주도권을 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금융사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장입니다.
 
현지에 신용정보사 슬릭(SLIK)이 존재하지만, 개인정보 업데이트가 한 달 단위로 이뤄져 실시간 정보 확인이 어렵다 보니 신용도 측정이 까다롭고 대출심사 과정도 불확실성이 큽니다. 방영민 KB캐피탈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데이터를 제때 확인할 수 없는데 대출을 일으키면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취재팀은 자카르타 시내에서 한 육교에 올라 도로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포착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외국계 금융사들은 중고차·오토바이 담보대출, 중장비 및 내구재 할부·리스 등 부문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금융 접근성이 낮은 인구가 많아 금융거래나 신용거래 기록이 부족한 인구가 대다수입니다. 반면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부동산에 준하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자동차금융 시장은 그만큼 활성화됐습니다.
 
방 법인장은 "담보대출의 경우도 오토바이를 담보로 리파이낸싱을 받아 가는 구조가 많다"며 "실제 차량 번호판 자체가 담보로 활용되는 특유의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런 조건에서는 은행이 시장의 ‘주류’가 되기 어렵고, 결국 일본계 금융사나 현지 대기업 계열 할부금융사들이 주관하는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계 금융사, 인니 금융시장 장악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금융사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입니다. 현지에서 수십 년간 기반을 다져온 데다 신규 금융사 진입이 사실상 막혀 있어 경쟁 구도가 쉽게 바뀌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방 법인장은 "일본에서 인도네시아에 신규로 진출하는 금융사는 거의 없다"며 "이미 각 업권에서 굳건한 사업 영역을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해외 금융사에 대한 신규 라이선스 발급을 제한하고 있어 후발 금융사는 기존 멀티 파이낸스를 인수해 합작법인 형태로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도 일본 금융사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도이치방크 간판. (사진=뉴스토마토)
자카르타 시내의 한 회전 교차로 앞에 위치한 도이치방크 건물. (사진=뉴스토마토)
 
일본계 금융사의 현지 장악력은 오랜 역사에서 비롯됐습니다. 방 법인장은 "일본은 1940년대부터 선제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도요타·미츠비시 등 제조기업을 기반으로 한 캡티브(전속금융, Captive) 파이낸스 체계를 완성했다"면서 "특히 자동차금융은 일본 브랜드의 현지 점유율이 높아 후발주자가 파고들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문화적 배경도 일본계 금융사에 우호적으로 작용합니다. 곽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이라며 "과거 일본의 부상으로 네덜란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났다는 역사적 기억 때문에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일본계 금융사는 오랜 기간 구축한 산업 연계 구조, 규제 환경에 따른 진입장벽, 문화적 신뢰라는 3가지 축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서 견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로 귀결됩니다.
 
캡티브, 계열사 간 거래 규제 빈틈 활용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선 아직까지 계열사 간 거래가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룹 차원의 자가 거래를 늘려 수익성을 끌어올려도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 금융사들이 진출 초기 수익성을 담보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입니다.
 
자카르타 시내의 OK저축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우리나라 금융사들 사이에선 최근 수년간 인도네시아 감독당국의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사업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캡티브(전속금융)' 전략을 쓰고 있는데요. 그룹 계열사 간 거래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통합 금융서비스 모델을 통해 리테일(개인)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가진 로컬 금융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곽종득 KB손해보험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 간 거래가 일반적"이라며 "자가보험 구조가 로컬 보험사 시장을 이루고 있어 해외 신규 보험사는 직접 경쟁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산하 보험사에 보험계약을 몰아주는 것이 불법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법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에 있다"며 "해외 금융사 역시 로컬 기업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간 거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취약한 리테일 부문 수익을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캐피탈업권은 보험업권과 달리 현지 금융사와 외국계 금융사 간 영업망이 구분되지 않아 무한 경쟁 체제에 있습니다. 방 법인장은 "캐피탈은 자동차 영업사원(딜러)들이 주요 영업 대상이기 때문에 현지 로컬 캐피탈사와 시장이 구분되지 않았다"면서 "비교적 평등한 경쟁을 펼 수 있지만, 그만큼 치열하다"고 말했습니다. 
 
<(6)편에서 계속>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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