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오 시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오 시장이 자신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나 이후 김한정씨를 보내 자신을 "떨어냈다"고 표현했는데요. 이는 당선 전에 명씨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오 시장 측의 입장과 배치됩니다. 명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오 시장의 후원회장으로 알려진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망을 넓혔습니다.
민주당은 26일 지난 2021년 8월5일 명씨가 지인과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통화가 이뤄졌던 당시는 오 시장이 당선된 지 넉 달째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다주택 보유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지 4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명태균 "오세훈 나한테 살려달라 해"
해당 녹취록에서 명씨는 오 시장에 대한 배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오 시장에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거취를 부탁했는데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명씨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배신 배반형"이라며 "오세훈 그 XX는 내가 김영선이 하나 챙기라 했는데…"라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오 시장이) 나한테 살려달라 하고 김영선 의원님한테 고맙고 평생 은혜를 잊지 않는다 했다"며 "막 울면서 전화 오고 별짓을 다 했다"고도 했습니다.
명씨의 말에 지인은 "얄궂은 김현아 같은 사람을 SH 사장 시키는 것보다 김영선 의원 같은 사람을 SH 사장 시키면 되지"라고 답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명씨의 존재를 탐탁지 않아 했던 오 시장이 김씨를 보내 명씨와의 관계를 정리했다는 게 명씨 주장입니다. 명씨는 "촌에서 올라온 놈(명태균)하고, 폐물 된 김영선이가 지(서울시장)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나면 쪽팔리니까 그 사람(김한정)을 보내 먼지떨이를, 떨어낼라 했다"고 말했습니다.
명씨는 김씨에 대해 "오세훈을 10년 동안 뒷바라지한 스폰서"라며 "그 사람도 같이 먼지떨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명씨와의 관계를 끊으러 온 김씨가 명씨의 역할을 인정하자, 오 시장이 김씨와의 관계 또한 끊어냈다는 것입니다.
해당 통화에서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거론됐습니다. 명씨는 "여러 과정을 조은희가 다 봤다"며 "서초 조은희는 내 광팬이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과 관련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2021년 2월 오 시장과 명씨, 김한정 씨가 '3자 회동'을 한 자리에서 김씨는 "이렇게 돈이 들었는데 이기는 조사는 왜 안 나오나"고 했다는 게 관련 의혹의 핵심입니다.
최근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오 시장 측이 홍보에 활용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 시장과 명씨 관련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측 "수사 하루빨리 결론나길"
또한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씨는 명씨와 관련된 여론조사 업체에 조사를 의뢰하고, 여론조사 비용으로 3300만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이에 검찰의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씨의 서울 동작구·제주시 자택과 서울 여의도 소재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습니다.
오 시장은 명씨 관련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오 시장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가 저희 캠프가 아니라 당에 전달됐다는 것이 여러 보도와 정황상 밝혀지고 있다"며 "당과 저희 캠프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시는 "김한정씨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고 하루빨리 결론이 나길 바란다"며 "오세훈 후보는 당시 명태균의 사기 조작 미공표 여론조사를 통해 수혜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므로 '오세훈 여론조사 대납 의혹'도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입장문을 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박주용·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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