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인수합병(M&A) 매물로 시장에 나온 롯데손해보험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손해보험업계 7위인 롯데손보는 손해보험사 중 인수 매력이 높은 매물로 꼽히지만 높은 가격이 매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여기에 자본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못하며 매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롯데손보 건전성 등 예의주시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롯데손보에 대한 정기 검사가 끝난 지 한 달여 만에 수시검사에 착수,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롯데손해보험.(사진=롯데손보)
롯데손보의 건전성 지표가 타 보험사 대비 낮다는 점에서 검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당국 입장입니다. 롯데손보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9.8%(경과조치 적용 기준)인데요. 이는 당국 권고치 (150%)를 간신히 웃도는 상황입니다. 국내 31개 손보사 중 MG손해보험(43.4%)을 제외한 전체 손해보험사 중 가장 낮습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은 하락하는데요. 킥스 비율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 하락, 회계제도 변경 등이 롯데손보 매각을 둘러싼 추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손보는 다른 회사와 달리 무·저해지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의 예외모형 적용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칙모형 적용시 킥스 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매각 시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실적을 과대 계상한 점을 지적하며 보수적인 '원칙모형(로그-선형 모델)' 적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롯데손보의 나홀로 행보에 금융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앞서 롯데손보는 우리금융 등 인수 후보자가 나타났을 당시에 비싼 몸값 고수해 매각이 불발됐습니다. 롯데손해보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는 당시 롯데손보 매각가로 2~3조원대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금액이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었습니다. 결국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우리금융이 본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롯데손보는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자본건정성 지속 하락
실적 급감과 건전성 지표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금감원 수시검사까지 개시되자, 롯데손보의 매각 추진은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실제로 롯데손보의 순이익 등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9% 급감했습니다.
롯데손보는 이처럼 높은 몸값과 낮은 자본 건전성으로 매각이 불투명해지자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흥행마저 실패했습니다. 수요예측에서 5.5~5.9%의 금리를 제시했으나, 72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다만 추가 청약을 통해 1000억원을 채웠습니다.
신용등급이 발행 흥행 실패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상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은 'AA(안정적)' 등급을 선호하는데,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손보의 후순위채에 '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손보가 자산 재조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산 건전성 지표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보수적인 관점에서 'A-' 등급을 유지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롯데손보 측은 "금리 상황, 급격한 경제와 대외 여건 변화 및 새로운 제도 도입 등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시점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순위채 발행 흥행 실패와 금감원의 수시검사 등 잇단 악재로 롯데손보의 매각 추진은 올해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자본 건전성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매각 추진은 물론이고 롯데손보의 일반적인 경영 안정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알짜매물로 꼽혔지만, 비싼 매각가와 재무 건전성 개선 리스크가 높다는 평가가 많다"며 "매각 작업이 난항에 빠진 상황에서 지급여력비율 부담까지 누적되면서 매물로서의 매력은 더욱 낮아졌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매각 시점은 안갯속"이라며 "롯데손보를 둘러싼 시장의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기업 측에서도 이 부분에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결국 기업 가치인 '몸값'이 시장에서 어느정도 평가를 받느냐가 관건인데, 매각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롯데손보도 킥스라든지 회계 제도 변경 가이드라인 등을 매각에 맞춰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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