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과 2025년 한반도는 다르다"
최종건 전 차관 게이오대 강연…2018년과 달라진 세 가지
2025-02-04 14:52:38 2025-02-04 15:59:04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2기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는 취임식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했고 이어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현재까지는 선을 긋고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우리 국가의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고 한 겁니다.(지난달 2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2018년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요? 열린다면 '하노이 노딜'을 뛰어넘는 성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트럼프와 소통하는 정치인 없다"…"김정은도 7년 전과 달라"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일본 게이오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심포지엄에서 한 '문재인정부 외교 전략의 교훈과 트럼프 2.0시대의 대응' 제목 초청강연에서 "2018년의 한반도와 2025년의 한반도는 다르다"면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한국의 부재'와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더 이상 한국에는 '피스메이커 문재인'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소통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없다는 겁니다. 이어 "2018년의 김정은과 2025년의 김정은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면서 "그가 2018년 꿈꿨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촉, 그리고 북한의 개혁에 대한 생각이 오늘날 어떠할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일본 게이오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종건 교수.(사진=최종건 교수 제공)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으로 북핵 문제를 직접 담당했던 최 교수는 특히 "트럼프 1기와 2기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러시아의 등장"이라고 주목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러시아를 택하는 전략적 결단을 한 김 위원장이 우크라이나 파병까지 감행하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고 러·우 전쟁의 지속이 북·러 관계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외교적 성과로 삼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고, 이는 북한이 다시 대미 대화에 나설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구조적 한계 속 북·미 대화?김정은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가능"
 
그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북·미 대화가 가능하려면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그리고 명확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미국이 하고, 북한이 이 제안을 신뢰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런 제안의 예로 △한·미 연합훈련의 선제적 중단과 적대적 행위 중단 △제재의 일부 해제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했던 사안에 대한 재논의 제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트럼프 1기 정부를 직접 상대했던 최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의 국내 정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외교 이슈를 노골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며 2015년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문제가 다음 대선을 위해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직접 언급했다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국내정치적 이익과 연결되는 사안을 미국의 이익으로 프레임하고, 상대국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달 26일 일본 게이오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종건 교수.(사진=최종건 교수 제공)
 
 
"트럼프 특징은 이슈를 절대 섞지 않는다는 것"
 
최 교수는 또 "'트럼프 충성파들'은 미국이 자유무역체제 무역에서 '손해 보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그래서 기본적으로 정산(Payback)을 원하고, 관세 정책과 자유무역협정 재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의 예상대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지난달 29일 "다른 나라들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미국의 친절함과 고마움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 부과와 자국 내 생산 장려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는 "트럼프의 특징은 이슈를 절대 섞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주면 관세를 인하한다? 가당치 않다, 그건 그것대로 챙기고 다른 건 다른 것대로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교수는 '12·3 윤석열 내란'에 대해서는 "이 내란 시도를 정치양극화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을 경계한다"며 "한국 내 정치양극화가 현실이라 하더라도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내란을 선택했다는 것은 규범적으로나, 논리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민주주의와 헌법을 방어하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극우의 바람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일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 방어 못하면 극우 바람 강해질 것"
 
·일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한국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들이 설립한 반핵 운동 단체) '니혼 히단교'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상기한 뒤 "단순히 두 나라의 문화적 성취와 평화적 노력을 인정받는 것을 넘어, 국가폭력이라는 인류 공동의 상처를 기억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의 결실임을 세계가 인정한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어 "히로시마와 광주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세계로 퍼져나갔듯이, 한·일 양국은 역사적 갈등을 직시하며 인류 보편의 가치인 화해와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이 단순한 과거사 문제를 넘어 미래지형적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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