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결손에 교부금도 줄어…서울 자치구들 민생사업 줄줄이 포기
정부, 2년 연속 지자체 교부금 삭감 예고
자치구, 지역 특성 맞춘 주력사업 줄포기
"지방자치의 근간 허무는 재정 위기 전가"
2024-11-01 15:46:17 2024-11-01 15:46:17
[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3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방자체단체에 내려보내는 교부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자치구들도 2년 연속 돌봄·민생 분야 등의 주력사업을 줄줄이 축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예산 칼바람 여파를 피해 가지 못한 겁니다. 정부가 재정위기를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교부금이 2년 연속 삭감되면서 서울시 자치구의 재정 위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이 주최한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치매예방용 두뇌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은평구의 경우 자치구 주 재원인 부동산 교부세 규모가 전년대비 올해 25%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엔 부동산 교부세 232억원 중 17억원을 받지 못한 데다, 정부의 부동산 감세 정책의 여파로 재산세 150여억원도 덜 걷혔습니다. 이로 인해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18%에서 16%로 감소됐습니다. 반면, 사회복지 예산은 7134억원으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1.5%에 달해 서울시 자치구중 1위에 해당합니다.
 
은평구 관계자는 “세입감소와 법정의무지출의 증가로 가용재원이 급격히 감소해 주민숙원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자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재정 여력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자치구도 전년 대비 올해 부동산 교부세가 55억원 모자랍니다. 서울시에서 자치구에 내려보내는 일반조정교부금도 200여억원 감소했습니다. 한 구청 관계자는 “2028년까지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에 쓰이는 시비 보조율도 매년 5% 하향 조정되면서 시비 지원 축소 및 중단으로 인한 구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치구 자체 사업을 위한 재원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강북지역의 또 다른 자치구는 교부금이 줄자 올해부터 긴급돌봄 서비스 종사자 근무일을 3분의1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인건비 절감 나선 겁니다. 민원 증가와 함께 서비스 이용자수 급감이 잇따르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구청 관계자는 “지출이 정해져 있는 예산을 제외하고 구청장이 주력으로 벌이는 민생사업들의 경우는 줄줄이 축소되거나 연기되는 실정”이라며 “중앙정부의 재정위기를 지방에 떠넘겨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재정위기의 전가가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자치구 담당자는 “지역 특성과 주민수요를 반영한 사업을 수행하고 최일선에서 구민을 위한 복지와 삶의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자치구 입장에서, 정부의 교부금 미교부에 따른 시 예산 지원 감소는 자치구 존재 의미마저 부정하게 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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